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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中,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경제문제 풀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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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일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 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 존중하면, 중국하고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계기로 마련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난주 국빈 방미 전후로 중국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과 기자단 간 오찬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청사 앞 파인 그라스 마당에서 오찬 시작 무렵 윤 대통령이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하면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헤드 테이블에 앉은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며 중국 관련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안 주는 것도 아니다”며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핵 기반으로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북한이)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는 해줘야 한다”며 “국제법 중에 중요한 게 UN 결의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결의에 위반한 것에 대해서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워싱턴 선언 내용이) 전부 방어체계지 공격체계라는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5박 7일(4월 24~30일) 국빈 방미를 두고는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너무 많았다. 잠을 거의 서너 시간씩밖에 못 잔 것 같다. 정신없이 보냈다”고 회상했다.

방미 뒷얘기도 일부 소개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갑자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누가 저쪽에서 기타를 들기에 ‘기타를 선물로 주려고 하는 모양이구나’ 생각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I want you to sing American Pie(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듣고 싶다)’라고 하더라. 내가 가사도 생각이 안 났는데,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한 소절 부르니 )옛날에 많이 불렀던 것이라 생각이 났다. 만약에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 (일동 웃음)”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 대담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질문 준 사람이 3명이었는데, 일본 학생은 일본 외무성 외교관이고, 여자 학생은 미국 NBC에서도 근무한 언론인(독일인)이고, 파키스탄 여학생은 나이 교수의 제자”라며 “그냥 학생들이 아니니까 질문이 날카로웠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식사를 이어가던 중 정치를 처음 시작하던 때의 추억담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TV 토론·인터뷰한다고 방송국을 가니까 분장실로 데려가서 막 (분장을) 하는데 그때 ‘내가 정치 괜히 시작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살면서 헤어드라이어 한번 안 써본 사람인데.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대화 중엔 이런 문답도 있었다.

▶기자=“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중엔 팩트 자체를 잘 몰라서 그런 것도 많을 텐데. 모든 정보를 다 알고 계시는 입장에서는 어떤 측면에선 답답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윤 대통령= “정보라는 것은 참고사항이지, 정보 가지고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가지고 정치하는 것은 소위 말해서 모작(模作·베껴서 그림그리기)이잖아요. 결국은 나도 국민에게 모든 실상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민주주의라는 게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고.”

윤 대통령은 확증편향을 언급하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며 “그런 사회에서 국민에 대한 설득이라고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여튼 (취임) 1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부터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다 보니까 언제 1년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을 바꾸는 것은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더 미래세대에 꿈을 줄 수 있고, 얼마나 더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우리의 안보와 사회의 안전이 얼마나 더 확보됐는지 이런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하고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에 대해선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나라를 더 잘 변화시킬 수 있게 여러분과,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도어스테핑(약식회견)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고 농담했다. 이어 “사실 지금도 습관이 돼서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며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지금 용산의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곧 개방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의 이름에 ‘어린이’를 붙인 이유에 대해 “일하면서 생각을 해 보니까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만평(30만㎡)을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하여 5월 4일부터 국민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미군기지로 활용된 '금단의 땅'이 약 12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장군 숙소와 잔디마당, 전망언덕, 동쪽 스포츠필드로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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