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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방미로 韓・美 첨단기술 협력 결실..."반도체법, IRA 아쉽다" 반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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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122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린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일정이 30일 끝났다. 한국과 미국은 첨단과학기술 동맹의 틀을 다졌다. 미 기업으로부터 총 59억 달러(약 7조9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양국 기업·기관 간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50건에 달한다. 눈에 띄는 성과에도 재계 일부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대보다 받아온 게 적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물 보따리’ 기대했지만...

특히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방문에선 원론적인 협의에 그쳤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방미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 대중(對中) 수출규제 등 해외발 리스크가 경영 악재로 다가와서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방안이 발표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반도체법과 IRA와 관련해 ‘지속적인 긴밀한 협의’를 언급하는 것에 그쳤다. “한미 정상 간에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반도체 업계에선 실감할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10월에 있을 첨단장비 중국 반입 조치 연장 건과 반도체법 보조금 독소조항 완화 건은 구체적인 해결방안 발표가 없어 아쉽다”라며 “다만 양국 정상 간 문제 인식을 함께한 것은 성과로 보이며, 세부적인 실무 통상협의를 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정위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정현 기자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정위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미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설립하는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미 정부는 NSTC를 통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기술 우위를 확보할 생각이다. 기업이나 연구소 차원에서 첨단반도체를 연구하고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게 쉽지 않기에 장비와 자원, 시설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생태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한다면 한국 기업들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또 민관 공동 참여 포럼인 한미 반도체 포럼을 신설하기로 하기로 했다.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하는 협의체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해 바이오·배터리·반도체 분야서 첨단기술 분야의 표준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 경제사절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번 방문에는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포함된 경제사절단은 윤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가속화다. 한-미 간 배터리 협력이 대표적이다. 삼성SDI와 GM은 30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북미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서 빛났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직접 친분 있던 미국 기업인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미국 측에선 배터리·반도체·방산·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즈니스협력 강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 참석한 22개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은 한명씩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한국 기업과의 인연, 향후 협력 계획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고 한다. 향후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가 열려 있다는 의미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번 BRT에 미국 기업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신청한 미국 기업을 모두 참여시킬 수 없어 아쉬울 정도였다”며 “한국이 글로벌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의 역량과 중요성이 훨씬 많이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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