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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끌려갈 수 있다"…대통령실이 본 尹 방미 성과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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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의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 대담에서 한 말이었다. 워싱턴 선언이 갖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비교에도 “(워싱턴 선언)은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험이 눈앞에 온 상황”이라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의 평가도 같았다. 이번 국빈 방미의 최대 성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한 것을 꼽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의 북핵 대응 결의를 담은 첫 별도 문서인 워싱턴 선언은 윤 대통령이 각별히 공을 들인 성과물”이라며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서의 대북 확장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의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는데,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골자다.

이와함께 5박 7일 미국 방문 중 백악관 공식 국빈만찬과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도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펜타곤(국방 청사)에서 미군 수뇌부로부터 직접 정세브리핑를 받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 및 6대 경제단체장 등 122명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한 세일즈 외교도 성과를 냈다.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총 59억 달러(7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양국 기관기업 간 50건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5박7일 미국 국빈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3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기현 국민희힘 원내대표 등 영접인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5박7일 미국 국빈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3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기현 국민희힘 원내대표 등 영접인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다만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우선 실효적 NCG 운용과 한국 입장 반영 등 앞으로 구체화해야 할 내용들이 적지 않다. “나토보다 더 효율적인 양자 협의 매커니즘”이라는 대통령실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실무 협의 차원에서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1년에 NCG를 4차례 연다는 윤곽 외에 한국이 NCG를 통해 어떻게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지 구체적인 설명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직후 한국측이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자, 미국 측이 ‘(워싱턴 선언은)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온도차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철저한 준비하지 않으면 미국의 의사대로만 끌려갈 수 있다. 곧 정부차원에서후속조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위협을 노골화하는 북한에 맞서 미국과의 가치동맹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에 거칠게 반발하는 중국·러시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만큼 더 깊어졌다.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부문에 있어선 ‘한미 간 추가 협의’로 넘겨진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대한 후속 대응이 당면 과제다.

한편 윤 대통령은 30일 오후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해 미리 나와 있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과 장호진 외교부 1차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길에 오를 때처럼 하늘색 넥타이를, 김 여사는 하늘색 코트를 착용했다. 이에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빈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보스턴 로건 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1호기에 동승한 기자단을 찾아 인사했다. 김 여사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휴대전화 셀카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5박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성남공항에 도착하며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5박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성남공항에 도착하며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기시다 방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의 지난달 16∼17일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5월 중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30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5월 초 방한을 목표로 양국간 물밑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 5월 7∼8일에라도 실현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실현되면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방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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