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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제시장 보셨냐"…원고에도 없는 이 영화 꺼낸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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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한국의 유명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미국영화협회(MPA)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고에 없던 영화 ‘국제시장’을 꺼내며 한 말이다. 워싱턴 마지막 일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MPA가 공동주최한 ‘글로벌 영상콘텐츠 리더십 포럼’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이 한·미 동맹이 성립되기 직전의 우리 한국의 상황이다. 경제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영화협회에서 열린 글로벌 영상 콘텐츠 리더십 포럼에서 찰스 리브킨 미국영화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영화협회에서 열린 글로벌 영상 콘텐츠 리더십 포럼에서 찰스 리브킨 미국영화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달라진 한국의 문화 위상을 드러내듯 이날 포럼엔 MPA 회장단과 MPA소속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NBC유니버설·소니픽쳐스·월트디즈니·넷플릭스 등의 리더가 출동했다. 6개 기업의 영화·비디오 세계시장 점유율은 77%,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한국에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정경문 SLL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등이 함께했다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찰스 리브킨 MPA 회장의 소개로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은 원고를 본 뒤 “적은 것을 보니 재미가 없다”고 웃으며 즉흥 연설을 이어갔다.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한 뒤엔 “문화산업에는 국가 간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화나 영화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면 반드시 철폐하고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70년간 발전해오면서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한·미가 전 세계 문화 시장에서 함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럼에 참석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정상외교에는 안보·경제와 함께 또 다른 키워드로 문화와 K영상콘텐츠가 있다”며 “국빈 방문 중에 MPA 회장단과 파라마운트·디즈니 등 6개 글로벌 영상콘텐츠 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전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영빈관 접견실에서 글로벌기업 넷플릭스 최고 경영진 테드 서랜도스를 접견한 모습.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영빈관 접견실에서 글로벌기업 넷플릭스 최고 경영진 테드 서랜도스를 접견한 모습. 강정현 기자

리브킨 회장은 포럼 중 지난 26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빈 만찬에서 부른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리브킨 회장은 “어젯밤에 아메리칸 파이를 너무나 멋지게 불러주셔서 전 세계가 즐겁게 감상했다”며 “오늘은 노래를 감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해 곳곳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저작권 분야에서 굉장히 할 일이 많다. 특히 규제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리브킨 회장은 행사 말미엔 영화 ‘블랙팬서’의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故 채드윅 보스만의 사인이 담긴 ‘블랙팬서’ 포스터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리브킨 회장은 “보스만의 생전 사인이 담긴 포스터 중 마지막 피스라 꼭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물 받은 포스터를 대통령실에 걸어두고 영상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과 문체부에 따르면 디즈니·파라마운트·넷플릭스 등은 포럼에서 올해 4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또한 K콘텐츠 업계 및 창작자와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관련 협약에 따라 넷플릭스는 글로벌 수준의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국내 콘텐츠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후원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커다란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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