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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핵 억지 강화 ‘워싱턴 선언’…첫 공동문서 실행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친교행사 도중에 '동맹 70주년 사진집'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친교행사 도중에 '동맹 70주년 사진집'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 협의 그룹’ 창설하고 미 전략자산 정례 배치

한국은 NPT 준수 재확인…후속 대책 다듬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늘 새벽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한국형 핵우산’(확장억지)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문서인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양국이 확장억지와 관련해 별도 공동문서를 발표한 것은 70년 동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세 가지다. 미국이 보유한 핵 전략자산의 공동기획을 위한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고, ‘핵 탄도미사일 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며,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적 안보 위협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제 정세 및 안보 환경 변화에 조응하는 현실적 절충안을 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경우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의 희생을 감수하고 서울을 방어해 줄지를 놓고 적잖은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한·미 양측은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 몇 달 동안 기존의 확장억지 대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해 왔다. 그 결과가 미국 핵전략계획에 초점을 맞춘 정기적인 양자 협의 메커니즘인 NCG의 신설이다. 한·미는 NCG를 통해 주요 우발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협의하게 된다. NCG는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결성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산하 ‘핵 계획 그룹(NPG)’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미국 측은 “NCG를 통해 한국은 주요한 우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추가로 통찰력을 갖게 됐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의 확장억지 약속을 한국민이 신뢰하도록 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제시됐다. 항공모함의 한국 입항뿐 아니라 핵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한국 방문 등 필요한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양측은 북한의 핵 위협 저지를 위해 한·미 동맹의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한 훈련과 시뮬레이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이런 조치에 맞춰 한국은 NPT 회원국으로서 비핵 지위 공약을 재확인하기로 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했으니 한국은 일각에서 제기한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한국 내부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60% 전후로 높지만, 백악관 당국자는 “전술핵을 포함해 어떠한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정상의 ‘전략적 상호 약속’이란 점을 미국 측은 강조했다.

워싱턴 선언은 의미가 크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충분한 안전판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할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관건은 후속 대책이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문서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실무 차원의 후속 대책을 촘촘히 다듬고, 양국 군의 공동 훈련도 뒤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강대강’ 대결만으로는 온전히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어렵더라도 북한과 대화를 병행하려는 노력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