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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규모 집단 시위로 폭격당한 전국 도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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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전국 주요 도시들이 동시다발적인 집단 시위의 폭격을 맞았다. 서울에선 오전부터 저녁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전국빈민연합.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등 총 1만여 명이 시간대별로 서울광장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후 거리를 행진했다. 이로 인해 많은 곳에선 퇴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지방에선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걸어가거나 시.도청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고 방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위대.경찰 등 수십 명이 다쳤다.

이날 집회.시위가 한꺼번에 열린 것은 이들 단체가 미리 짰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론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뻔질나게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한층 커졌다. 노무현 정부 들어 매년 1만1000여 건의 시위가 벌어진다고 한다. 주말이면 서울 도심은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불법.폭력시위도 횡행한다.

국민은 '시위 공화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총리실 산하 집회시위문화 관련 민.관 공동위원회가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현재 시위문화에 대해 '폭력적', 73%가 '불법 행동'이라고 답했다.

명분 없는 파업.집회나 불법 행동에 대해선 외면하는 노조원이 늘고 있다. 전교조가 어제 교원평가제 반대를 내세워 벌인 연가(年暇)투쟁 참가자는 전교조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민주노총이 시작한 총파업도 금속연맹 소속 기업을 제외하면 참여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한.미 FTA 저지 등 정치성 파업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로 인해 지난해 공무원을 제외한 노조 가입률이 사상 최저(10.3%)를 기록할 정도로 노조운동은 위기에 몰려 있다.

집회.시위가 난무하는 데는 경찰의 잘못도 크다. 엄정 대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송방망이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 경찰이다.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해야 한다. 많은 국민도 그것을 원한다. 민주노총 등도 '시위.파업 만능병'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