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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창신동 모자' 비극 막으려면…대안 떠오른 안심소득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공동 주최한 ‘미래 사회보장제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대안으로 안심소득과 같은 신(新) 소득보장제도 필요성이 제시됐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공동 주최한 ‘미래 사회보장제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대안으로 안심소득과 같은 신(新) 소득보장제도 필요성이 제시됐다. [사진 서울시]

현행 복지 체계 빈틈을 메우기 위해선 소득보장제도와 돌봄 서비스 영역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안으로는 서울시가 시범 운영 중인 ‘안심소득’과 같은 새로운 소득보장제도로 개편할 필요성이 제시됐다.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공동 주최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할 미래 사회보장제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다.

‘창신동 비극’ 1년…사각지대 여전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老母)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달만에 발견된 지 1년이 되는 날 열렸다. 창신동 모자는 지은 지 80년이 넘어 허물어져 가는 낡은 한옥을 갖고 있었단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다.

토론회에선 이들 모자가 겪은 비극과 같이 기존 사회보장제도 체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을 보듬는 방안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론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불평등연구실장,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나섰다. 토론자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비롯해 류미령 참누리 빈곤문제연구소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문혜진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안심소득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안심소득 신청 및 접수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서울의 한 안심소득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안심소득 신청 및 접수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통적 지원 체계, 다시 돌아봐야”

우선 과거 사회보장제도는 노령(老齡)이나 실업·장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고립·고독 등 정서 문제나 고용 불안정·금융채무 등 새롭게 나타난 위기 요소를 봐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김태완 연구실장은 “경제와 사회, 노동시장, 가족 구조 변화 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위험이 도래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위기 사례를 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라고 해도 중첩·복합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실장은 “현 복지제도 아래에선 근로 연령층(만18세~64세)과 근로 빈곤층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서 실질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지원이 일시적이고 대상 역시 한정적이다. 예를 들어 영세 소상공인이나 과도한 빚을 안고 있는 채무자 등 이들 지원엔 한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변금선 부연구위원도 “전통적인 소득지원 체계는 다인 가구가 중심이 됐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구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며 “1인 가구 등 다양한 유형을 한 가구 형태가 늘어나면서 가족에게만 의존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기에 다시 한번 (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안심소득 실험, 새로운 대안 될까

이런 사회현실 속 대안으로 서울시가 실험 중인 ‘안심소득’과 같은 부의소득세(NIT·Negative Income Tax) 중심 소득보장제도가 제안됐다. 안심소득이란 월 소득이 중위소득 85%(2023년 1인 가구 기준 월 176만6208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부족분을 현금으로 지원해주는 새로운 제도다.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부의소득세 방식은 불안정 노동과 저소득이 만연한 상황에서 강력한 소득 보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상대적 빈곤 ‘제로’ 상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구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안심소득은 전 국민에 일률적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빈곤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서울시청사에서 연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할 미래 사회보장제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서울시청사에서 연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할 미래 사회보장제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돌봄과 연계되는 적극 행정 주문

전문가들은 대체로 안심소득을 긍정 평가하는 동시에 공공서비스와의 연계를 주문했다. 제도 외에도 적극적인 현장 행정이 필요하단 취지다. 문혜진 선임연구위원은 “복지 사각지대는 소득보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안심소득이 소득보장제도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면, 다른 공공서비스 패턴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각지대 발굴’을 말하지만 메워지지 않았다”며“(도움을 받으려) 주민센터로 찾아온 이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빈곤 정책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는 “현재 (지자체나 정부가)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정책이 파편화돼 서로 잘 엮이지 않는 게 문제”며 “또 이런 정책을 (대상자가) 아예 포기해버리는 자기고립·자기방기도 심각하다. 배달원 등 민간 부분 인프라를 활용해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심소득 사업을 시민 참여 기반으로 하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교수는 “안심소득 재원 일부를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민간 기부를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또 안심소득 사업의 핵심은 급여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토론회에서 논의된 점을 참고해 인간다운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복지정책 수립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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