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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출마선언'과 겹친 尹 방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과 공교롭게 겹칠 가능성이 높다. 외교 당국은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정상 간 친교 일정 등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다"고 보고 관련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 방식으로 25일(현지시간) 재선 출마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날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출마를 선언했던 2019년 4월 25일로부터 4주년이 되는 날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공식화가 유력한 25일은 윤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기념 공원에 함께 헌화하는 일정 등이 잡혀있다. 이어 이튿날인 26일(현지시간)은 한ㆍ미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자칫 정상회담과는 무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와 관련된 질문들이 미국 기자들로부터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기자회견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거나 국내 정치 상황에 한정된 질문도 정상의 외교 행사에서도 곧잘 자유롭게 던지곤 한다.

2019년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ㆍ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어김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시 이슈였던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체포와 관련해 "위키리스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2021년 5월 한ㆍ미 정상회담 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늘에 비행물체가 떠다니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어떻게 답하겠냐"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 나와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겠다"고 재치 있게 답한 뒤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 하는 모습. AP.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 하는 모습. AP.

정부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선언 바로 다음날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다면 분명 내년 대선이나 국내 정치와 관련된 질문이 연이어 나올 수 있고, 정상 간에도 관련 대화가 오갈 수 있다"며 "의외로 한ㆍ미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미국 국내적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기정사실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질문에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듯이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으로 인해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국 정상 간의 친분이라든가 장시간에 걸쳐서 정상이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두 분이 자연스럽게 얘기 나눌 기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세인트 에드먼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떠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

15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세인트 에드먼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떠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 출마와 맞물려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인 한ㆍ미 동맹의 굳건함을 최대한 강조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ㆍ미 정상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소식에 묻히기 보다는 서로 상승 효과를 일으켜 여론의 긍정적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면이 지나갔는데도 2019년에 이어 이번에도 영상 메시지로 재선 출마 선언을 한다면, 이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일정이 겹친다는 점을 고려해서 한ㆍ미 동맹에 좀 더 초점이 갈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측면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지지층 결집이 더욱 절실해진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의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방미 전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한 적극적 기여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고려된 결과란 관측도 나온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회담 직전인 24일(현지시간) 이번 달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러시아 주도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에 대해 불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주체가 오늘 회의 주제를 제안한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직격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는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선물'보다 '청구서'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한 입법 성과로 국내 지지율 반등 효과를 누려왔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에 대한 피해를 줄일만한 획기적 조치를 제시하는 데도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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