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날던’ 지난날은 맛이 안 난다고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구름 속에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날~

‘얼굴’이란 곡(심봉석 시, 윤연선 노래)의 가사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가사지만 그 가운데서도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날’이란 구절이 더욱 가슴 저미게 다가오는 노래다.

이 구절처럼 시나 노랫말, 노래 제목 등에 ‘날으던’ 또는 ‘날으는’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날다’라는 단어엔 무언가 우리의 꿈·소망 같은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날으던’이나 ‘날으는’은 바른 표현일까? ‘날다’란 단어는 경우에 따라 ‘날’에서 ‘ㄹ’이 탈락해 ‘나는’ ‘나니’ ‘납니다’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ㄹ’이 유지돼 ‘날던’ ‘날고’ ‘날지’ ‘날면’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단어를 ‘ㄹ불규칙 용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으’가 첨가되지는 않는다. ‘날으던’ ‘날으는’은 ‘날던’ ‘나는’으로, ‘날으면’ ‘날으지’도 ‘날면’ ‘날지’로 바꾸어야 한다. ‘날으는 슈퍼맨’ ‘날으는 원더우먼’ ‘날으는우주전함’ ‘날으는 돼지’ 등 특히 ‘나는’을 ‘날으는’으로 잘못 쓰는 예가 많다.

‘나는 새’처럼 ‘나는’으로 했을 경우 ‘나=새’로 비칠 수 있는 등 때론 의미가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시에서는 운율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맞춤법을 지키고자 한다면 ‘나는’으로 써야 한다.

팔으면(→팔면), 열으면(→열면), 부풀은(→부푼), 살으니(→사니) 등도 ‘날으던’처럼 ‘으’를 넣어 잘못 활용한 경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