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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하면 타 죽을 것" "美에 아부" 한미회담 앞, 中 거칠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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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발언 관련,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캡처

21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발언 관련,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대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연일 공세에 나서고 있다. 다음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밀착이 예견되자 사전에 맹공을 퍼붓는 양상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중국 외교부는 전날 주한중국대사 초치에 항의하며 정식 문제 제기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초치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발언 관련,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 교섭 제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와 관련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0일 오후 중국 측의 요청으로 정재호 대사와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통화를 했다”며 “중국 측은 대만 문제가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중국 내정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통화에서 한국 측 역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 임을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통화는 50분가량 진행됐으며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소통은 없는 상태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20일 “대만 해협 문제는 중국 내정”이며 “외부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거칠게 반응했다. 데 이어 정부 차원의 공식 항의에 나서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란팅(藍廳)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 하는 자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펑파이 캡처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란팅(藍廳)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 하는 자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펑파이 캡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린 ‘란팅(藍廳)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한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최근 대만에 대한 일방 변경 시도 주장 얘기를 자주 듣고 있는데 논리가 황당하다”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외신 인터뷰 발언을 정조준했다.

친 부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수호는 천지의 대의”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건드리려 하는 자는 누구라도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제질서’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제공리를 훼손하는 짓을 하는 세력들에게 경고한다”며 “누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소란을 피우는지는 분명하다”라고도 말해 미국까지 함께 비난했다. 친 부장은 이날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는 비난까지 했다.

친 부장은 외교적 레토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친 비방을 불사하는 중국의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적 인사다. ‘불장난’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1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과, 2022년 7월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간 통화에서 잇따라 사용했던 표현이다.

중국의 공세는 앞서 윤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히자 이를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힘에 의한 현상반대는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거나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 문제의 원인은 외세의 간섭 때문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대만 문제는 양안이 해결해야 한다며 유사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거칠게 반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중국 측의 강경 대응은 오는 26일 열릴 한ㆍ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내놓을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비롯해 한·미 밀착에 대한 사전 경고라는 관측이 많다. 한·미가 북핵은 물론 대만을 비롯한 대외 이슈를 놓고도 접점을 넓히는 걸 차단하겠다는 중국 측 속내를 거침없이 노출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에 아부하기 위한 충성의 표시로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하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선 대만 문제가 핵심 중 핵심이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다음 주 방미 때 한·미 정상이 내놓을 대만 관련 발언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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