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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정훈이 응답하다

외국인 도우미 쓴 싱가포르도 효과 없지 않나?

중앙일보

입력

조정훈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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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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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소리는 자칫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필요합니다.〈소리내다〉는 대학 학보사 출신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내다 칼럼 중 일부를 선정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필진의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여성의 육아와 가사부담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대표)의 〈한국사회 급소 때리고 싶었다…외국인 가사도우미 필요한 이유〉 칼럼에 대한 질문에 그가 응답합니다.

조정훈 의원의 글을 본 대학생 패널 중 일부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는 용어로 질문을 했습니다. 출산은 여성의 입장에서 아이를 낳는 행위이며 출생은 아기 입장에서 태어나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저출산은 가임기 여성의 출산 행위가 저조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 저출생은 태어나는 아기 수가 저조하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인구 감소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는 저출산 대신, 사회 혹은 다른 부분에 책임이 있다는 저출생을 사용해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조정훈 의원은 이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남녀 임금 격차 최대치를 기록한 한국의 여성들은 출산 이후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법안의 취지는 이를 허물고, 육아와 출산이 개인의 앞날을 헤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조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법안을 읽고 대학생 패널은 다양한 소리를 냈습니다. 20·30세대는 저출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해당 법안이 어디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을까요.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이 응답합니다.

공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법안보다 개인에게 가사노동의 책임을 묻는 법안이 장기적으로 적절할지 의문입니다. 가사노동과 저출생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출생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가진 문제입니다. 한 가지의 해결 방법만으로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저출생의 책임을 가정에 떠맡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다양하게 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려는 것뿐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보장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개방하는 사업을 검토 중인데, 이처럼 국가 제한만을 푸는 방안의 현실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가사도우미 시장의 인력 공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요. 다만, 수요에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이미 가사도우미를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받게 되겠지요. 이번 법안은 도우미를 쓰기 쉽지 않은 중산층 가정까지도 가사도우미를 활용해 경력단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을 줄여나가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으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한 해 최소 2400만원이 넘는 큰돈이 지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를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여성의 짐을 치우는 게 아니라, 다른 여성에게 짐을 전가하고 강요를 들이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출생의 원인을 여성에게로 돌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사노동시장도 내국인만으론 수요를 채울 수 없는데도 ‘가사=여성의 일’이라는 공식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세탁기 발명에도 여전히 세탁기를 누르는 건 여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남성 정치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공존합니다. 그럼에도 기본이 바뀐 세대를 마주하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저출생 현상의 급소를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급소는 소중히 만들어 온 경력을 중단한 여성의 수가 지난해 140만 명이었고, 가장 큰 원인으로 ‘육아’를 꼽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사 인력을 구하기 쉬워진 환경만이 ‘획기적으로’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실없는 기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도우미의 활성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이를 시작으로 여성과 육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어 나가길 바랍니다. 저 역시 정치인으로서 이 법안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냈으면 합니다. ‘출산=경력단절’이라는 공식을 깨야 합니다. 그렇기에 이미 결혼한 청년세대들에게 출산과 육아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확신과 경험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미래세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니까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수월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당장 청년세대의 가사부담을 덜고, 결혼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저 출산율(1.05명)을 기록했는데, 발의한 법안은 수치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법안인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와 우리나라는 시작점이 다릅니다. 출산율과 별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정책목표는 저출생 해결이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입니다. 우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많은 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로 경력단절을 꼽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면, 결혼과 출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제적으로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지,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싸게 맡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땜질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함은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도 사회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죠. 저도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봅니다.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 곧 부모와 아이를 떼어 놓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정책은 좀 더 가볍게, 일도 가정도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리=조유진·이서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