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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핵반격' 개발 중인데…文정부때 훈련 축소로 예산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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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2차 반격 능력을 우려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라캐머러 사령관은 “북한이 적의 공격에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2차 타격 능력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시험 발사했다. 뉴스1

북한은 지난달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시험 발사했다. 뉴스1

이와 관련, 라캐머러 사령관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년간 매우 다양한 (탄도미사일) 역량을 보여줬으며, 이 모든 게 2차 타격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김정은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역량 강화에 분명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어떤 무기체계가 2차 타격 능력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질 않았다.

통상 2차 타격 능력은 해저에서 움직여 노출이 되지 않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아직 미 본토를 겨냥한 SLBM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상황을 놓고 보면 라캐머러 사령관의 언급은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한 2차 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냉전기 소련군처럼 터널 등에 숨겨둔 TEL을 반격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2월 1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영상에는 이동식 발사대(TEL) 한켠(빨간 동그라미)에 '공화국 영웅'을 뜻하는 메달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전날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영상에는 이동식 발사대(TEL) 한켠(빨간 동그라미)에 '공화국 영웅'을 뜻하는 메달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라캐머러 사령관은 북한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거론하면서 “김정은은 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심지어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경봉쇄 상황에서도 이런 능력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계획한 대로 초대형 핵탄두, 극초음속 무기,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 전략무기 개발에 진전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정부 때 훈련 축소 영향도" 

그는 또 “주한미군의 실사격 훈련 예산이 부족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번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보고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연합훈련에서 실사격 훈련을 재도입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훈련의 상당 부분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3회계연도 (관련 예산에) 추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실기동 훈련을 포함한 한ㆍ미 연합훈련 축소,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등의 실사격 훈련장 사용 제한 등이 누적된 결과”라며 “그간 예산을 쓰지 않다 보니,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규모 훈련이 재개돼도 예산 반영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캐머러 사령관은 한반도 내 전자전 능력과 정보전 역량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전자전 능력에 대해선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고 한반도에서 그런 수준의 훈련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데, 현재 주한미군과 한국군 공군 모두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파 방해 무기체계 등을 갖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와 같은 자산을 주일미군과 달리 주한미군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4일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에 경기도 평택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4일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에 경기도 평택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캐머러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정보전 역량과 관련해선 “동북아의 정보 환경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우려된다”며 “정보전 기술 및 작전 연습에 대한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의 적극적인 투자는 미 국방부의 투자를 추월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존 아퀼리노 인도ㆍ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진정한 능력을 분석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일부러 고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 추진 ICBM 시험 발사 역시 정상 각도로 발사한 뒤 고각으로 비행 궤도를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전히 검증되지 않는 것도 이런 발사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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