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앓는 환경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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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의 환경은『인간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까지 살아갈 수 있나』시험하는 흡사「생체 실험장」이다.
1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 사는 서울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3만7백86t.
한사람이 2·8kg을 버린다.
8t짜리 쓰레기 수거차량 3천8백48대가 매일 난지 도를 향해 꼬리를 물고 달린다.
91만평 부지에 산업쓰레기·생활쓰레기 등 6억5천만 입방m가 쌓여 있다.
특히 오염덩어리 침출수는 여과 없이 그대로 한강에 흘러들어 등 굽은 물고기가 발견되는 등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백만 대를 넘어선 자동차, 1만5천8백여 제조업체, 1백86만7천여 가구의 연탄 아궁이는 매일 일산화탄소·아황산가스를 내뿜고 있다.
올 상반기 평균 아황산가스 오염도는 0·069PPM.
WHO나 외국에 비해 크게 완화돼 있는 환경기준치(0·05PPM)를 넘고 있다.
먼지오염도 심해 입방m당 1백61㎍냥으로 환경기준(입방m당 1백50㎍)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88년 같은 기간의 1백57㎍보다 더욱 악화된 수치다.
특히 오존의 경우 잠실 방이동 지역은 기준초과횟수가 올 8월의 경우 37회나 되며 오염도도 기준치(0·1PPM)의 배가 넘는 0·206PPM까지 기록했다.
이 오존은「죽음의 안개」라고 불리는 암을 유발하는 광화학스모그를 생성시킨다.
한편 서울의 젖줄 한강도 이미 빈사상태.
유역의 크고 작은 34개 하천을 통해 흘러드는 생활하수가 하루 9백만t.
공장폐수도 매일 2백40만t이 유입된다.
이에 따라 한강 하류 지역에서는 가장 낮은 3급수에서도 살아가는 붕어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한강자체가 거대한 하수구가 돼 버린 것이다.
서울시민은 이 썩은 물을 하루 5백22만t 정화시켜 마신다.
더구나 암을 유발하는 THM(트리할로메탄)은 영등포 수원지의 경우 허용기준치(0·1PPM)를 두 배 이상 초과한 0·23PPM이 검출돼 수질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독약인 비소는 기준치(0·05PPM)보다 무려 2백48배가 높은 12·41PPM이 검출되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민은 각종 오·폐수를 한강에 쏟아 넣고 그 물을 다시 끌어올려 마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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