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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절반 65세 이상 …쌀 남아도는데 벼 재배 농가 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농업 인구 절반이 65세가 넘는 노인이었다. 고령화와 맞물려 전체 농가 수는 줄고 있는데 벼 재배 농가는 오히려 늘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농가 수는 102만3000가구로 1년 전보다 0.8%(8000가구) 줄었다.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역시 2.3%(5만 명) 감소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뉴스1

김현기 통계청 농어업통계과장은 “농가에서 노인 인구 비중이 큰데 고령ㆍ건강 등을 이유로 농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농가 인구 중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이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비율은 1년 전보다 3%포인트 늘어 49.8%에 이른다. 역대 최대치로, 농사를 짓는 사람 절반이 노인이었다. 기존 농민은 늙어가는데 젊은 층 유입은 적어서다.

고령화로 전체 농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벼 재배(논벼) 농가만큼은 정반대 길을 갔다. 논벼를 기르는 농가는 지난해 39만1000가구로 전년 대비 1만6000가구(0.4%) 늘었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논벼 농가가 가장 높은데, 2021년 37.8%에서 지난해 38.2%로 0.4%포인트 증가했다. 1년 사이 채소ㆍ산나물(-8.9%), 식량작물(-1.1%), 과수(-0.4%) 농가가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작물에 비해 기계화가 용이한 논벼 재배에 다시 뛰어드는 농민이 생겨났다. 타작물 지원사업이 2020년 종료된 영향도 있다. 논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어 키우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타작물 지원사업 대신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해 벼 재매 면적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쌀 수요가 워낙 빨리 줄어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소비량은 1인당 56.7㎏이다. 30년 전인 1992년(112.9㎏)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쌀 소비는 매년 역대 최저치를 갱신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쌀 생산량은 368만t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하겠지만, 소비 급감으로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뉴스1

남아도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기존 법안은 폐기됐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양곡관리법 ‘2탄’ 준비에 들어갔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 등은 기존 법안에 준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이대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하면 향후 연 1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들여야 하고 쌀 농가 구조조정도 요원해진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농업직불제(농가 소득을 나랏돈으로 지원해주는 제도) 예산을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리고, 올해 수확기 쌀값이 80㎏당 20만원 수준이 되도록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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