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 산수화의 화려한 색채 '청록산수화'의 낙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조속의 ‘금궤도’. 1636년. 비단에 채색. 132.4×48.8㎝.

조선 중기의 화가인 조속(1595~1668)의 그림 중에 '금궤도'(金櫃圖)가 있다. 그림 중앙의 큰 나무에 금궤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에선 수탉이 울고 있다. 경주 김씨의 시조로 꼽히는 신라 김알지(65~?)의 탄생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금궤도'는 조선 채색화의 화려한 세계를 보여준다. 먹과 물로 그린 수묵산수화와 달리 청록색의 광물성 안료를 사용했다. 이른바 청록산수화다. 정교한 필법(筆法)이 요구되는 장르다.

일반인에 덜 알려진 조선시대 청록산수화를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개막, 내년 3월 1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에서 열리는 '청록산수, 낙원을 그리다'다. 청록산수화를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작품 15점이 나온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 회화사의 한 축을 형성해온 채색화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청록산수화는 여러 주제로 그려졌다. 이상향을 꿈꾸는 산수화,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는 궁중장식화, 부귀.장수를 기원하는 민화까지 쓰임새가 넓었다. 특히 조선 중기 화가인 진재해(1691~1769)가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잠직도'(蠶織圖)가 흥미롭다. 누에치고 길쌈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안료를 분석한 결과 금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작가 미상의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도 주목된다. 속세에서 떨어져 사는 선비를 어부와 나무꾼에 비유했다. 초자연의 이상향에 머물고 싶어했던 사대부의 마음을 보여준다. 청록산수화의 상징과 의미, 물감 등을 정리한 소책자도 함께 발간됐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