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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마친 마크롱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해결책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연금개혁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연금개혁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조와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연금개혁을 마무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100일 동안 근로·교육·보건·사법시스템 등 프랑스 사회 전반을 개혁하고 7월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성적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정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대중의 반발을 가라앉힌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AFP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수개월 동안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연금 개혁은 필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연금을 줄이거나, 납입금을 높이는 것보다는 정년 연장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가장 나은 것이었다”며 “점진적으로 더 많이 일하는 것은, 국가 전체를 위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개혁은 받아들여졌는가? 분명히 그렇지 않다”며 여론 설득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대신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노조)과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소신은 굽히지 않지만, 노조 등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급여 개선 ‘당근’으로 위기 돌파 노려”

프랑스를 바꿀 ‘100일 개혁’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근로조건, 법질서, 교육, 보건문제 등 사회에 산재한 문제를 풀어낸다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새로운 직장 협약,청소년 범죄와 불법 이민 통제 강화,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전 등의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내놓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국가를 위한 100일간의 여정을 이끌도록 임무를 부여했다”며 “(보른 총리는) 7월 14일에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은 프랑스 국경일인 혁명기념일로, 프랑스 정치에서 종종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연금개혁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연금개혁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0일 개혁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근로조건 개선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금 개혁 과정에서) 개혁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일에서 의미를 찾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일을 갖고자 하는 열망도 들었다”며 “누구도 이런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외침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급여 개선을 위해 노조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법 개선을 (자신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자, 사용자를 테이블로 불러 임금, 근무여건 등에 대해 대화하면 (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도 “(마크롱이) 채찍 다음에 당근을 꺼냈다”며 “개혁안으로 대중을 달래고, 법안 통과로 손상된 자신과 정부 이미지를 재설정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노조·야당 반발 여전… 다음달 1일 대규모 시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방송되는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시민들이 냄비 등을 들고 나와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방송되는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시민들이 냄비 등을 들고 나와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연설이 방송되는 동안 파리 엘리제궁 인근을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쓰레기에 붙이거나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면서 “마크롱이 우리의 말을 안 듣는다면 우리도 그의 말을 듣지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야당과 노조도 비판을 이어갔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는 “마크롱은 프랑스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시민의 고통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로랑 베르제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사무총장은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2년을 더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많은 이가 5월 1일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노조 8곳은 노동절인 다음 달 1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특별 조항을 사용해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지난 14일 오후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법안 대부분의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다음날인 15일 새벽 법안에 서명하며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9월 1일 시행되는 법안에는 정년을 2030년까지 62세에서 64세로 늘려 연금을 늦게 받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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