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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음료’ 1병에 필로폰 3회분… 중국 총책 검거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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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강남 마약음료’ 제조범 길모씨가 17일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마약음료’ 제조범 길모씨가 17일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범죄조직 윗선 검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범죄와 피싱범죄가 결합된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마약범죄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 사이버·과학수사과 등 63명을 투입해 중국 체류중인 조직 상층부 검거를 위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마약음료 제조·유통은 마약범죄로 분류되지만 중국에서 전화번호 변작(變作) 과정을 거쳐 협박전화를 걸어온 것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조직의 행태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17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국내 실행범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피의자는 원주에서 마약음료 100병을 제조해 알바생 4명에게 공급한 길모(25·구속)씨,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전화번호를 국내에서 변작한 인천 중계기 운영업자 김모(39·구속)씨, 길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한 수원의 마약 공급책 박모(35·기구속)씨다. 마약음료를 나눠준 알바생 4명은 송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특히 길씨에게 범죄단체가입죄 외에도 마약음료를 제조해 미성년자에게 제공한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 등)와 학부모 협박 혐의(공갈미수), ‘필로폰’이라는 위험물로 사람을 해치려 했다는 데서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미수죄도 적용했다. 마약류 제조·유통에 특수상해죄 적용은 전례 없는 결정이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중국 내 피의자 3명도 추가 특정했다. 중학교 동창인 길씨에게 마약음료 제조와 공급을 지시한 한국인 이모(25)씨, 라벨지와 플라스틱 공병 등 범행 물품을 준비하고 배송한 조선족 박모(39)씨 등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밝혀졌고, 이들과 별개의 마약 조직에서 활동한 중국 내 마약업자 조선족 이모(32)씨도 특정됐다. 경찰은 이들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공개한 마약음료. [뉴스1]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공개한 마약음료. [뉴스1]

마수대 관계자는 “이씨와 박씨가 신생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닌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총책이 아닌 중간책이고 윗선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 관건은 중국 공안당국과의 공조 여부다. 안동현 마수대장은 “중국이 마약범죄를 중하게 보고 있고 그동안 한국 경찰과 공조를 통해 (피의자를) 송환·검거해 온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조한 마약음료는 총 100병 중 18병이 유통됐다. 이중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 등 9명이 총 8병을 마셨고, 알바생 4명 중 2명이 1병씩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음료 1병(100ml)당 필로폰 0.1g이 함유됐다. 통상 1회 투약분인 0.03g의 3.3배다. 경찰은 “구토 등 부작용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며 희망자에 한해 치료비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마약실태, 2년 후에야 나와=한편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정부가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도입키로 했다. 실제 조사는 용역연구 등을 거쳐 2025년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이하 센터)는 지난달 20일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설계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센터 측은 “청소년의 마약류 사용실태, 접근 환경, 인식 등 전반적인 청소년 마약 실태조사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복지부의 5년 주기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 대상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은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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