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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마약 놔뒀어요"…월 1000만원 '드로퍼' 전국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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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약판매조직 지시를 받은 마약운반책(드로퍼)이 도심 주택가 창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 지시를 받은 마약운반책(드로퍼)이 도심 주택가 창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 지시를 받은 마약운반책(드로퍼)이 도심 주택가 가스배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 지시를 받은 마약운반책(드로퍼)이 도심 주택가 가스배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드로퍼 통해 전국 각지로 배달된 마약 

전대훈(10대·가명)씨 등 18명은 이른바 ‘드로퍼’(dropper)로 불리는 마약 운반책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동안 마약 판매 조직에서 활동했다. ‘주급 350만~400만원’, ‘최대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조직원 말에 현혹돼 범죄에 가담했다. 대부분 10~30대였던 이들 18명 중 16명은 빚이 있었다고 한다.

진화하는 마약범죄➂

전씨 등 드로퍼는 조직에서 연락이 오면 부산·대전·대구·광주·서울 등 전국 각지로 발 빠르게 이동하며 필로폰과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 마약류를 ‘좌표(은닉처)’에 숨겼다. 주택가 가스 배관이나 창틀 아래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 이들이 좌표를 조직에 보내면, 조직은 텔레그램 등으로 접촉한 구매자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고 좌표를 넘겼다.

마약은 이제 수도권은 물론 전국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마약 범죄도 지방 대도시 등에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부산과 인천 등 항구를 끼고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자주 발생하며 연령 구분 없이 확산한다는 게 경찰 등 설명이다.

수도권 55.4%·지역 37.8% 마약류 사범 검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검찰청이 만든 지난해 12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1만8395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검거된 게 절반이 넘는 1만199명(55.4%)이었고, 나머지 지방에서도 6945명(37.8%) 붙잡혔다. 부산(1159명ㆍ6.3%)과 울산ㆍ경남(1215명ㆍ6.6%), 대구ㆍ경북(1279명ㆍ7%)등이 많았다. 이어 대전ㆍ충남(1042명ㆍ5.7%), 광주ㆍ전남(778명ㆍ4.2%), 강원(559명ㆍ3%), 충북(526명ㆍ2.9%), 전북(274명ㆍ1.5%), 제주(113명ㆍ0.6%) 순이었다.

마약은 예전에는 선박 등을 통해 대규모(㎏ 단위)로 유입될 때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항구가 있는 인천·경기(5559명·30.2%)와 부산 등에서 마약 관련 범죄 검거율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우편이나 택배·여행객 등을 이용해 g단위로 소규모 마약이 반입되는 추세다.

과자 상자 속 마약…소규모로 해외 밀반입 

국제우편으로 배달된 과자상자 안에 숨겨진 마약류. [사진 부산경찰청]

국제우편으로 배달된 과자상자 안에 숨겨진 마약류.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달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30대 A씨를 검거한 게 그런 사례다. A씨는 하와이에서 대마·엑스터시 등을 과자 택배 등으로 위장해 한국으로 보냈다. 택배 도착 주소는 임의대로 골랐다. 국내 수거 책은 그 주소지 주인 몰래 마약이 든 우편물을 받아 부산·대구·서울지역 클럽 20여곳 ‘클러버(클럽 이용 손님)’에 공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은 클럽 직원을 통해 고객에 전달됐다. 이들은 A씨가 보낸 우편물을 국내 수거 책이 챙기기 전 집주인이 받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마약판매조직이 마약운반책(드라퍼)에게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은닉한 마약류.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이 마약운반책(드라퍼)에게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은닉한 마약류. 사진 경남경찰청

국내에 반입된 마약을 전달할 때 주로 ‘던지기 수법’을 사용한다. 텔레그램·다크웹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접촉한 구매자가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로 입금하면 마약을 숨겨 둔 장소인 ‘좌표’를 넘겨준다. 구매자는 이 좌표에 적힌 주소 등에서 마약을 가져간다.

‘던지기 수법’으로 원룸 등에 마약 숨겨

국제특송으로 발송된 통조림 캔에 숨겨진 마약류.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특송으로 발송된 통조림 캔에 숨겨진 마약류. [사진 서울경찰청]

지난 4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넘긴 중국 국적 40대 B씨도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했다고 한다. B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서 필로폰 등을 들여와 판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중국 보따리상 소지품에 마약을 숨겨 인천항이나 평택항 등 배편을 통해 들어왔다. 이렇게 들여온 마약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했는데 주로 원룸 단지 청소함이나 창틀 사이, 담장 틈 등에 숨겨놓고 구매 희망자에게 넘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렇게 텔레그램과 전자화폐 등 젊은 층이 사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마약이 유통되면서 연령층도 10대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약류 월간동향’을 보면 지난 한해 10대 마약류 사범은 481명이다. 15세 미만도 41명이나 된다. 2018년 14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수치다. 특히 10대는 가격이 싸고 구매도 쉬운 환각제 등 ‘대체 마약’을 사용한다.

10대도 몇 년 새 3배 넘게 늘어

경찰이 10대 마약류 사범으로부터 압수한 펜타닐 패치.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이 10대 마약류 사범으로부터 압수한 펜타닐 패치. [사진 경남경찰청]

2021년 5월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0대 C씨를 구속했다. C씨는 고등학생 신분이던 2020년 6월 5일부터 2021년 4월 29일까지 부산·경남 지역 병원과 약국 등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C씨로부터 펜타닐 패치를 사거나, 직접 처방받은 뒤 투약한 10대 남·여 5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고등학생 신분 또는 학교 밖 청소년 등 신분으로 공원·상가 화장실, 친구 원룸 등에서 펜타닐 패치를 투약했다. 심지어 교실이나 화장실에서도 투약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 범죄는 지역은 물론 연령 구분 없이 전국에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며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가정에서 마약류 오·남용 관련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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