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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7배 뛴 에코프로, 잔치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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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에코프로 열풍’에 주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2차전지주 강세 속 ‘빚투(빚내서 투자)’는 급증했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상승장에 나만 소외된 듯한 투자자의 스트레스는 커지고 있다. 주가가 치솟은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나오는 등 과열 경보도 크게 울리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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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0.93% 내린 890.6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장중 900.83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 4일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선을 넘어섰다. 반면 코스피는 전일보다 0.11% 오른 2550.64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는 이날 전날보다 16.78% 하락한 6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증권의 매도 리포트를 비롯한 주가 과열 신호에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하락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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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전날보다 6.28% 하락했고, 에코프로에이치엔도 10.85%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1011억원)과 기관(115억원)의 ‘팔자’에도 에코프로를 향한 개인의 러브콜은 이어졌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117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에코프로 투자 열풍에 주가 하락과 금리 인상 여파로 줄었던 ‘빚투’도 다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9조4346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5186억원)보다 2조9160억원 늘었다.

특히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상장된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은 10조111억원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7조7609억원)보다 2조2502억원 늘었다. 코스닥보다 시가총액이 큰 코스피 신용융자 잔액(9조4234억원)도 앞질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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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주변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다시 50조원 대로 불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예탁금은 지난 11일 기준 53조1578억원으로 지난해 말(46조4484억원)보다 6조7094억원 늘어났다.

에코프로의 주가 상승에 나만 소외되면 안 된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도 암호화폐 광풍 이후 다시 등장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39)씨는 “주식 계좌에 2차 전지 관련 종목이 없어 코스닥 지수 상승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며 “에코프로를 지금 사자니 고점인 듯해 매수도 못 하고, 관심 종목에 에코프로 등을 추가해놓고 매일 배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가 올해 초 671.51에서 이날 890.62까지 가파르게 올랐지만, 이는 코스닥 시총 1·2위를 차지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에코3형제’ 착시 효과다.

12일 기준 ‘에코3형제’의 시총은 총 44조6106억원으로 지난해 말(12조2982억원)보다 262.7% 늘었다. 반면 코스닥 전체 시총은 같은 기간 33.7% 늘었다. 에코3형제의 시총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24.4%로 떨어진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에코프로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초 테슬라의 급등, 강남 지역의 등 큰 손 투자자의 매수가 몰린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가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에코프로(4142억원)로 집계됐다. 에코프로비엠(3022억원)도 5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었다.

에코프로 열풍에 대한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이례적으로 매도 리포트까지 등장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에코프로는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치, 차별적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기업”이라면서도 “현 시가 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으며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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