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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물가상승세 둔화, 경기하강 신호에…한은, 금리 또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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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한국은행에서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한국은행에서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일단 멈춤’ 기조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그간의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하반기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연내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였다. 지난 2월 3.75%로 인상을 주장했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조윤제 위원마저 이번엔 동결로 돌아섰다.

2연속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예상에 부합하는 물가 둔화 흐름이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다 지난 2월 4%대에 접어들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이 흐름대로라면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낮아지고, 연간으론 2월 전망치인 3.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한 것도 동결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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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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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선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향후 3개월 내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가가 잡히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와 거리가 있다. 또 최근의 물가상승률 둔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하게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난 영향이 크다. 향후 국제유가 변동,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물가 변동의 장기적 추세를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로 여전히 2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레이스가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경기가 더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으로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 탈출 여부도 불투명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이번 동결 배경으로 경기 둔화를 언급했다. 이번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한은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다만 이 총재는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고 올해 성장률을 계산하면 1.9% 정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니다”며 “그럼 이를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지 시장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2000년 5~10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에 한 번 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진다면 한·미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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