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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트&] “재고 상품 재활용하고 재생섬유 사용해 환경에 대한 방향성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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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피에르가르뎅’의 정체성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에게 듣다

우주 공간을 테마로한 패션쇼 개최
환경 생각한 새 재료로 만든 옷 선봬

영 디자이너 콘테스트 개최해 심사
여성 라인 론칭, 브랜드 확장 나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패션 브랜드 ‘피에르가르뎅(Pierre Cardin)’의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 지난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피에르가르뎅의 패션쇼.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가 ‘영 디자이너 콘테스트’의 수상자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던필드플러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패션 브랜드 ‘피에르가르뎅(Pierre Cardin)’의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 지난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피에르가르뎅의 패션쇼.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가 ‘영 디자이너 콘테스트’의 수상자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던필드플러스]

단순하지만 과감한 실루엣, 그리고 강렬한 색채.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1922~2020)이 생전 보여줬던 옷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한 피에르 가르뎅은 14세에 재단사의 견습생으로 시작해 영면에 든 98세의 나이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가 만들어낸 옷에는 늘 ‘미래지향적’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생전 “내가 좋아하는 옷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옷, ‘미래의 세계’ 같은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옷에 반영해 냈다. 1950년 자신의 패션 하우스를 설립한 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성복 라인을 출시하고, 공상과학 소설이나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우주복 스타일의 옷과 옷깃이 없는 남성용 재킷을 만드는 등 선구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그가 만든 패션 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의 로드리고 바실리카티 가르뎅 CEO가 방한했다. 그는 설립자인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의 조카로, 2020년 피에르가 세상을 떠난 뒤 회사를 이어받았다. 이번 방한은 브랜드를 재건하고 이를 굳건히 하기 위한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세계 140여 개국에서 라이선스(상표 이용 계약) 방식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국내엔 패션회사 ‘던필드플러스’를 통해 2010년 처음으로 남성복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피에르가르뎅 남성복은 2021년 ‘한국패션브랜드대상’을 수상하는 등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올해는 이를 발판 삼아 여성복을 출시하며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다음은 그와의 1문1답.

월드투어 목적은.
“내가 브랜드를 맡으면서 ‘피에르가르뎅’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있다. 기존엔 세계에 퍼져있는 라이선스를 별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게 했었다. 이젠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라이선스를 본사에서 방향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첫 패션쇼를 연다.
“지난해 파리에서 선보였던 컬렉션을 한국에도 보여주고 싶어 가져왔다.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가 가장 부흥했던 1960년대의 피에르 가르뎅을 연상시키는 우주 공간을 테마로 삼았다. 주로 재고 상품을 재활용하고 재생섬유를 사용한 것으로 환경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피에르가르뎅,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나.
“지금의 방향성은 환경을 생각하는 새로운 재료들로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 직접적이지 않은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점이다. 라이선스 업체들과도 이 방향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논의하고 있는데, 재료 가격이 비싸 쉽진 않다. 하지만 환경을 지킴으로 미래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을수록 소재 혁명이 일어나 적합한 생산 공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 한국에서 여성 라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다른 라이선스의 경우, 본사는 영감만 주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한국의 브랜드 전개회사인 던필드플러스와 직접 관계를 맺고 디자인과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패션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에게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가 크다.”
한편 가르뎅 CEO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를 위한 ‘영 디자이너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직접 심사했다. 29일 진행한 콘테스트 워크샵엔 국내 주요 대학 의류학과와 사디(SADI), 에스모드(ESMOD) 등 패션스쿨 학생 40여 명이 참가했다. 그는 31일 열린 패션쇼의 마지막을 콘테스트 수상자 발표와 이들을 축하하는 것으로 장식했다. 우승자는 홍익대 박성은씨로 피에르가르뎅 파리 하우스 쿠튀르에서 3개월간의 인터십과 크리에이티브 팀에 장기적으로 합류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 학생들의 작품을 심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나라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른데, 한국은 유독 실력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많은 참가자 중에서 6명을 선발했는데, 모두 재능이 넘치는 디자이너들이다. 피에르가르뎅은 자유와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이들의 젊은 감각이 잘 맞았다. 젊은 유망주들이 옷과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것을 봤고 가장 재능 있고 사고가 열려있는 사람을 우승자로 뽑았다.”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만이 가진 특징은.
“어른스러워서 좋았다. 조금만 발전시키면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수준의 패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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