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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아이오닉에 'IRA 장벽'…테슬라는 가격 또 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테슬라 모델 X 차량이 전시돼 있다. 테슬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모델S와 모델X 미국 판매가를 각각 5000달러(약 650만원) 낮췄다. 뉴스1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테슬라 모델 X 차량이 전시돼 있다. 테슬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모델S와 모델X 미국 판매가를 각각 5000달러(약 650만원) 낮췄다. 뉴스1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미국 전기차 공략에 나선 현대차그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경쟁사가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여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 인하에 나섰다. 지난 7일(현지시간) 모델S와 모델X의 미국 판매가를 각각 5000달러(약 650만원) 낮췄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모델S 가격은 8만9990달러에서 8만4990달러(약 1억1200만원)로 낮아졌다. 모델X는 9만9990달러에서 9만4990달러(약 1억2500만원)로 조정됐다.

이번 가격 인하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예고 없이 진행됐다. 고가 모델인 모델S·X와 별도로 모델3와 모델Y도 각각 1000달러(약 130만원)와 2000달러(약 260만원) 인하했다.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3(퍼포먼스)는 올해 초 6만2990달러에 팔렸으나 가격 인하를 거듭하며 판매가가 5만2990달러로 조정됐다. 최근 3달 새 1만 달러(약 1300만원)가 인하된 것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가속도’ 전략은 시장에서 톡톡히 효과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42만2875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는데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1분기(31만48대)와 비교하면 36% 늘었다. 테슬라도 가격 인하 효과를 인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작은 가격 변화도 수요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 속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을 가격 인하 카드로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이에 비하면 근심거리가 늘어난 상태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에 더해 경쟁사의 가격 인하까지 더해졌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판매량은 매달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10만7889대로 10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14만6698대를 기록했다. 역대 1분기 최대 판매량이다.

반면 현대차가 역점을 두고 있는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부진하다. 지난 1월 4387대를 기록한 순수전기차 판매 대수는 지난달 5225대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월)→4.1(2월)→3.5(3월)로 감소세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2만2982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지난달에는 2114대 판매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IRA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판매량 증가에도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건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뉴욕 오토쇼'에서 러셀 와거 기아 미국판매법인 마케팅담당 상무(왼쪽부터)와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부사장), 커트 카할 기아 미국디자인센터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가 EV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기아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뉴욕 오토쇼'에서 러셀 와거 기아 미국판매법인 마케팅담당 상무(왼쪽부터)와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부사장), 커트 카할 기아 미국디자인센터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가 EV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기아

현대차그룹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다. 우선 2025년 상반으로 예정된 미국 생산 일정을 내년 하반기로 당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 조지아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조성 중이다. 이곳에선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상업용 리스나 준비하고 있는 공장 등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IRA 대응의) 정답이라 생각한다”며 “가격뿐만 아니라 금융 프로그램까지 함께 봐야 하므로 전반적으로 경쟁력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스와 렌털은 생산 지역과 관계없이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미국 판매 리스 차량 중 친환경차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가격 대응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측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딜러 인센티브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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