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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부부, 코인 빼앗아오라며 7000만원 줬다...청부살인 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서울 강남구에서 지난달 29일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을 가상화폐 투자를 둘러싼 갈등 끝에 벌어진 청부살인으로 사실상 결론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오후 납치·살해를 실행한 황대한(36)과 연지호(30), 범행을 계획한 주범 이경우(35), 미행에 가담했다 범행을 포기한 이모(24)씨 등 4명을 사건 발생 11일 만인 9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중 남편 유모(51)씨는 8일 구속했고, 부인 황모(49)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 도구로 사용된 마취제를 건넨 혐의로 입건 된 이경우의 부인을 포함하면 피의자는 총 7명이다. 이 중 6명이 구속·체포됐다.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코인의 상장 및 투자 영업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납치ㆍ살인 사건 피의자 이경우ㆍ황대한ㆍ연지호(왼쪽부터 순서대로)가 9일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는 검거 초기 범행에 대한 진술을 모두 거부했지만, 송치 전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강남구 납치ㆍ살인 사건 피의자 이경우ㆍ황대한ㆍ연지호(왼쪽부터 순서대로)가 9일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는 검거 초기 범행에 대한 진술을 모두 거부했지만, 송치 전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수서경찰서가 이날 송치한 피의자 4명은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대상 선정과 계획 수립을 주도한 사건의 주범은 이경우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황대한과 함께 A씨를 납치·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유씨·황씨 부부에게 제안하고, 범행에 동의한 부부로부터 범행자금 7000만원을 지급 받았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범행을 제안한 시점은 지난해 9월이며, 유씨는 계좌에서 현금 7000만원을 인출한 뒤 9월에 2695만원을, 10월에 1565만원을 수백만원씩 쪼개 수차례 이경우의 부인 계좌로 입금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9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A씨(48)를 납치 후 살해하고 시신을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씨는 미행 등 준비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납치ㆍ살인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이경우가 9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경우는 "좋은 아들, 사위, 남편,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모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뉴스1

납치ㆍ살인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이경우가 9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경우는 "좋은 아들, 사위, 남편,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모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뉴스1

이날 경찰서를 나서며 모습을 드러낸 이경우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드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범행 계획 시점, 유씨·황씨 부부의 증거인멸 지시에 대한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반면 연지호는 “범행을 하면 3억 좀 넘게 받을 걸로 알고 있었다. 황대한과 이경우가 계속 협박하는 바람에 범행을 하게 됐다. ‘너도 (범행 계획을) 알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 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배후로 지목된 부부에 대해선 “이경우가 (부부가 살인을 교사한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황대한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이들을 송치하며 한 고비를 넘은 경찰 수사는 이제 유씨와 황씨 부부의 구체적인 역할과 범행 동기로 향하고 있다. 수서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 A씨를 통해 코인에 투자하고 홍보·마케팅에도 관여했는데, 코인 시세 하락 책임이 부부에게 향하자 그 배후에 A씨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2021년 3월 투자자들이 부부를 감금ㆍ폭행해 비트코인 4억원 상당을 빼앗긴 사건, 그리고 A씨를 통해 1억원을 투자했지만 그만큼 코인을 지급받지 못한 문제 등이 민·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며 피해자와 감정대립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부부는 이경우가 A씨 납치를 통해 코인을 빼앗아 오면 이를 현금화하는 것을 돕기로 했으며, 남편 유씨는 범행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이경우와 두번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이 자리에서 이경우가 가져온 A씨 휴대전화로 함께 코인계좌 조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경우는 황대한과 연지호에게 각각 3000만원씩 도피자금을 줘야 한다며 유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특히 “부인 황씨가 범행 관련한 질문을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 주거지와 차량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증거물들을 분석해 물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건의 발달이 된 퓨리에버코인에 대한 수사도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사건 전담수사팀을 설치했고, 퓨리에버코인 관련 감금·폭행 사건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송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해당 코인 투자 및 폭락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역시 기존에 코인 사기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수서서 관계자는 퓨리에버코인 관계자 수사에 대한 질문에 “피해자 및 피의자, 관련자들의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고 코인 관련한 기존 사건도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에 대해 들여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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