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죽이는 건 내 전문"…재력가 체포 사흘 뒤 부인도 체포, 증거인멸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강남구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황모(49·여)씨를 8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소재 황씨의 자택에서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의 한 백화점에서 같은 혐의로 체포된 유모씨의 아내다. 유씨의 경우 경찰이 전날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이날 구속됐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3명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모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유씨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3명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모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유씨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주범 이경우, 전날부터 혐의 자백 

황씨가 체포된 건 유씨 체포 후 사흘 만이다. 앞서 경찰은 유씨 체포 당시 곁에 있던 황씨도 임의동행했지만, 휴대전화만 제출받은 뒤 간단한 조사만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유씨의 경우 범행 직후인 지난달 30, 3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논현동과 용인시에서 주범인 이경우(36·구속)를 만난 사실이 파악됐지만, 황씨는 그러한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그간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이경우가 전날부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 황씨 역시 자신의 윗선으로 지목하면서 황씨에 대한 신병 확보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가 (납치 실행조인) 황대한(36·구속), 연지호(30·구속)의 진술과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해당 진술 등을 토대로 범행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퓨리에버코인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 대표 이모씨(왼쪽)가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모씨(오른쪽), 황모씨(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독자 제공

퓨리에버코인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 대표 이모씨(왼쪽)가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모씨(오른쪽), 황모씨(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독자 제공

황씨, 이경우 아내에 “멍청한 짓 하지 마라”

황씨가 이경우의 아내 B씨를 만나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도 황씨 체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유씨가 체포되기 이틀 전(지난 3일) 황씨의 요구로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며 “나갔더니 황씨가 ‘나나 유씨 중에 한 명이라도 구속되지 않아야 이경우가 나올 수 있다. 안 그러면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1시간 넘게 대화하는 동안 황씨가 반(半) 협박조로 ‘로펌도 붙여주고 내가 힘 써보겠다’며 ‘멍청한 짓 하지 말고, 갖고 있는 거 다 없애고 통화기록도 지워라. 휴대전화도 없애라’고 했다”며 “그때 ‘아 뭐가 있구나’ 생각하긴 했지만 당장 손 뻗을 수 있는 데가 없으니 하란 대로 휴대전화도 부쉈다”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코인 투자자들은 아내 황씨가 항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남편 유씨는 그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고 기억했다.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 A씨 측 관계자도 “늘 전면에 나선 건 황씨였고, 유씨는 황씨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퓨리에버코인 재단 이모(59) 대표와 자문사 B사 김모(40) 대표, A씨가 코인 블록딜 형태의 프라이빗세일(상장 전 소수의 초기 투자자에 값싸게 코인을 파는 것) 계약을 체결할 때 황씨가 연대보증인 자격으로 계약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황모씨는 피해자 A씨, 퓨리에버 발행사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 자문사 B싸 김모 대표의 2020년 11월 20일 코인 블록딜 관련 계약서에 A씨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독자 제공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황모씨는 피해자 A씨, 퓨리에버 발행사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 자문사 B싸 김모 대표의 2020년 11월 20일 코인 블록딜 관련 계약서에 A씨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독자 제공

황씨, 2021년 투자자들에 “죽이는 건 원래 내 전문”

황씨는 과거 자신의 권유로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한 이들에게 투자 손실의 원인으로 피해자 A씨를 지목하면서 적개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1년 황씨와 지인 사이의 통화 녹취파일에는 황씨가 “A가 이간질을 해 코인 업체 대표 등을 못만나게 했다. 죽여버리겠다.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니까?” “10년만 젊었어도 A씨를 불태워버렸다” “(사람) 죽이는 건 원래 내 전문이다.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저런 거는 신경을 (못 쓰고 있는데), 저 X는 이제 도를 넘어버렸다.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유·황씨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두 차례에 걸쳐 3500만원과 500만원 등 총 4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가 납치·살해의 착수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단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유·황씨 부부의 변호인은 “3500만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고, 500만원은 이경우가 하도 도와달라고 쫓아다니니 마음이 약한 유씨가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