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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방치하면 얼굴형까지 변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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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호 28면

헬스PICK

흔히 봄은 생명이 움트는 ‘찬란한 계절’로 여겨진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는 다르다. 꽃가루의 습격을 받는 ‘잔인한 계절’이다. 쉴새 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콧물, 기침에 주변 눈치까지 봐야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황사는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세훈 교수는 “기후 변화로 새로운 식물 종이 생겨나고 날아다니는 꽃가루 양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면역요법, 3년 이상 시행해야 효과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 털 등에 노출됐을 때 코점막이 과민 반응을 보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 년 내내 증상을 보이는 통년성과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계절성으로 나뉜다. 때로는 통년성과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모두 앓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일 년 내내 비염을 달고 살다가 일정 기간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 알레르기 비염은 원인만큼이나 증상도 다채롭다.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 눈과 코 부위의 가려움 등이 주로 나타난다. 감기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동반 증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발열과 근육통, 오한, 인후통까지 야기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70~80%는 결막염 증상을 보인다”며 “콧물과 재채기가 나면서 눈까지 간지럽다면 감기보다는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만 버티면 되겠지’ 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가한다. 수면 질 저하가 그중 하나다. 코막힘으로 코골이가 심해지고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해 잠을 충분히 자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키 성장을 방해하고 학습 능력 감소, 행동·정서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비염으로 막힌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면서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코로 숨을 쉬면 코의 점막이 공기 속 이물질을 걸러내고 바깥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호흡기관으로 전달한다. 반면 입으로 숨을 쉬면 이물질뿐 아니라 건조하거나 찬 공기가 고스란히 들어가 기관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정선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얼굴이 길쭉해지고 입을 벌리고 있는 형태의 ‘아데노이드형 얼굴’로 바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화되면 나중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더라도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고 재채기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의심 증상을 보이면 즉각 혈액 또는 피부 검사로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했다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게 급선무다. 일례로 꽃가루는 건조하고 따뜻할수록 공중으로 더 많이 날리는 경향을 보인다. 꽃가루로 인한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면 이때를 피해 환기하고 외출을 하도록 한다. 외출 전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꽃가루농도위험지수는 기온과 풍속, 강수, 습도에 따른 꽃가루 농도를 예측해 알레르기 질환 발생 가능 정도를 지수화한 지표다.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네 단계로 나눠 행동 요령을 제시한다. ‘낮음’ 단계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단계일 때는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 수준이 약한 환자에게서, ‘높음’일 때는 상당수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매우 높음’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증상이 발현된다고 보면 된다. 외출 자제뿐 아니라 창문을 닫아 꽃가루의 실내 유입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 알아둘 생활 수칙도 있다. 외출해야 한다면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 알레르기 물질이 묻는 경우가 많으니 코나 눈을 만지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씻도록 한다.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을 막으려면 카펫 사용을 피하고 되도록 천 소재의 가구보다는 가죽으로 이뤄진 제품을 이용한다.

다만 환경요법만으로 완벽하게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약물치료를 병행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흔하게 이용되는 방법은 코안에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뿌리는 것이다. 효과는 분무제를 뿌린 뒤 최소 5~7일은 지나야 나온다. 정 교수는 “길게는 2주 뒤에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며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을 앓고 있다면 넉넉하게 기간을 잡고 꽃가루가 날리기 2~4주 전부터 스테로이드제를 뿌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혈관수축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약물성 비염을 유발해 오히려 코막힘이 심해질 수 있으니 일주일 이상 장기적으로 뿌리는 일을 삼가야 한다.

외출 때 안경·마스크 쓰고 손 씻어야

면역요법은 환경요법과 약물요법에도 충분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 유용하다. 말 그대로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치료법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이숙영 교수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조금씩 주사로 투여하거나 혀 밑에 떨어뜨려 해당 물질에 대한 예민함을 줄여주는 방식”이라며 “체질을 바꾸고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한 달에 한 번씩 최소 3년은 꾸준히 면역요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 중 처음으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일반적으로 약물과 면역요법을 쓰기보다는 비약물 치료를 먼저 고려한다. 특히 임신 첫 12주 동안에는 태아의 인체기관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약물치료를 자제하는 게 좋다. 임신 전에 면역요법을 시작한 상태라면 임신 중에도 유지하나 용량을 늘리지는 않는다. 대신 수면 시 머리 각도를 30도 이상 올려주는 식의 비약물적 치료방법을 통해 코막힘을 해결할 수 있다. 또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하루에 2~3회 식염수를 이용해 비강을 세척해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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