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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 쐬게 다리로 가주세요"…사람 살린 택시기사의 '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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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캡처

사진 MBC 캡처

"가까운 다리로 가 달라"는 승객의 말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한 승객의 생명을 구해낸 사연이 알려졌다.

6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시경 택시 기사 이호연 씨는 충북 충주시에서 20대 남성 승객 A씨를 태웠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A씨는 이씨에게 "가까운 강 되겠냐. 다리 있는 데로 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씨가 "뭐 하러 가시는 거냐"고 묻자 A씨는 "기분이 안 좋아서 좀 뛰면서 산책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씨가 "기분이 안 좋으셨냐", "힘든데 왜 다리로 가시냐"고 묻자 A씨는 "강 바람 쐬면서 뛰면 좀 나아질까 싶다. 좀 잘못하면 빨간 줄 그어질 수도 있다. 사람이 한 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 (그렇다)"고 토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씨가 "뭐 다른 나쁜 생각 하시는 거 아니냐"고 묻자 A씨는 "무서워서 못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를 내려준 뒤에도 걱정이 됐던 이씨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손님을 지금 내려 드렸는데 손님이 힘들다며 다리 있는 데로 가 달라고 하더라", "혹시 몰라서 신고 좀 한번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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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이후 이씨가 차를 돌려 A씨를 내려준 다리로 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A씨가 이미 강 쪽 난간에 발을 딛고 올라서 있었다.

이를 본 이씨가 차에 탄 채로 "손님 그냥 가시죠"라고 했더니 A씨는 "그냥 바람 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차를 세우고 경찰이 올 때까지 A씨의 곁을 지켰다.

이후 이씨와 경찰, 소방대원의 설득 끝에 A씨는 난간에서 내려왔다. 이후 경찰은 A씨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인계해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실 이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월에도 충주시에서 피를 흘린 채로 횡단보도 앞에 쓰러져 있는 노인의 생명을 구한 일이 있다.

당시 운전 중 노인 B씨의 모습을 본 이씨는 급히 유턴해 일단 다른 차들의 통행을 막았다. 하지만 달려오던 차들이 이씨를 앞지르며 2차 사고가 우려되자, 경광봉을 들고 뛰어가서 차를 막아 서 노인의 생명을 지켰다.

이씨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아무 일 없이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자신이 생명을 구한 20대 남성에 대해선 "앞으로 미래가 창창하니까 건강하게 앞으로 이런 자리 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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