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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업소 '기습'이 문제됐다…음주측정 거부자 무죄 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음주운전 피의자가 있는 장소로 출동한 경찰이 관리자 동의를 받지 않고 수색했다면, 음주 측정을 거부한 피의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위법하게 체포한 뒤 측정을 요구한 것이라 피의자에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면허 운전 혐의만을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2021년 4월 충북 옥천군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A씨는 새벽 4시쯤 차를 몰고 300m 정도 떨어진 마사지 업소에 갔다. 이 모습을 거리 CCTV로 지켜보던 통합관제센터 직원은 경찰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했고, 관할 지구대 경찰들은 마사지업소로 출동해 A씨를 찾기 시작했다. 경찰은 A씨에게 약 12분간 세 차례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침대 위에 엎드린 상태로 이를 거부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0년에도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A씨의 무면허 운전에만 책임을 물었다. 경찰관들이 절차에 맞게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게 아니라서 측정 거부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업주의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업소에 들어가 A씨가 있는 방을 수색한 점을 문제 삼았다. 경찰관들은 1심 법정에 나와 “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짓으로 A씨가 있는 방을 가리켰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소 CCTV에 관련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항소한 검찰은 “CCTV 영상에 찍힌 경찰관이 업소 내 A씨가 있던 방을 쳐다보던 중에 뭔가를 보게 되자 곧장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되니 이 시점에 업주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는 “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도 ‘차주가 여기 있다’는 의미이지, ‘수색에 동의한다’는 뜻으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업주가 법정에서 “경찰이 오면 으레 들어오는 것으로 알았고, 거절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몰랐다”고 증언한 것 역시 근거가 됐다. 업주가 갑작스러운 경찰 수색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동의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무면허 운전을 한 거리 300m가 비교적 길지는 않은 데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1심이 선고한 형량이 적정하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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