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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박이 코인으로 또 사기 의혹…살인 부른 퓨리에버 탄생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가 발행해 판매한 퓨리에버코인은 6일 현재 코인원에 상장돼 5.7원에 거래되고 있다. 퓨리에버 백서 캡처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가 발행해 판매한 퓨리에버코인은 6일 현재 코인원에 상장돼 5.7원에 거래되고 있다. 퓨리에버 백서 캡처

 서울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발단으로 꼽히는 퓨리에버코인(퓨리에버) 발행사 유니네트워크의 이모(59) 대표가 또다른 코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퓨리에버 백서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코인이라 퓨리에버가 초래한 투자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XESG(xemson)코인 지급 약정서’(지난해 10월 31일 작성)에는 ‘이 대표가 프라이빗세일(상장 전 소수의 초기 투자자에 값싸게 코인을 파는 것)에 참여한 한 투자자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XESG코인 35만1000개를 거래소 상장 후 7일 이내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코인 전자지갑 동결(락·Lock)은 2022년 11월 30일 이내, 2022년 12월 30일 이내, 2023년 1월 30일 이내 등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0%, 30%, 40%씩 해제한다고 적혀 있다. 문건 하단에는 ‘XESG ENGINE & SERVICE Limited’라는 법인을 대리하는 이 대표의 서명이 남아 있다. 위약금 조항을 쓴 내용 옆에도 같은 서명이 날인됐다.

퓨리에버코인 발행사 대표인 이모씨가 최근 또다른 코인을 발행해 초기 투자자와 '프라이빗세일' 지급 약정을 맺었다는 내용의 문건. 이씨는 "파트너사가 하는 일이고 자신은 지급 대행만 맡아 협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독자 제공

퓨리에버코인 발행사 대표인 이모씨가 최근 또다른 코인을 발행해 초기 투자자와 '프라이빗세일' 지급 약정을 맺었다는 내용의 문건. 이씨는 "파트너사가 하는 일이고 자신은 지급 대행만 맡아 협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독자 제공

XESG 홈페이지에 게시된 백서에 이 대표의 이름이나 사진은 없다. 그러나, 퓨리에버 백서에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로 소개된 한 외국인이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이름을 올렸고, 퓨리에버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에서 소개하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탄소 감축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XESG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퓨리에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한 투자자는 “퓨리에버와 같은 구조의 코인을 만들어서 사기를 치고 있다. 백서 속 내용도 비슷하다”며 “이미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파트너사에서 하는 내용이고 나와는 무관하다. 국내에 들어와 있지도 않고 사용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서명에 대해선 “코인 지급에 대한 부분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라며 “퓨리에버 CIO가 미국에서 하겠다고 해서 협력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해외 체류중이다.

유니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소개된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XESG코인 백서에도 동일하게 소개돼 있다. 유니네트워크 홈페이지 및 XESG 백서 캡처

유니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소개된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XESG코인 백서에도 동일하게 소개돼 있다. 유니네트워크 홈페이지 및 XESG 백서 캡처

퓨리에버코인 개발자 이모 대표는 누구 

 KT 마케팅본부 영업사원 출신인 이 대표는 2007년 퇴사한 뒤, 2009년 중고 휴대전화 수출업 등을 하는 케이티미디어 대표로 일하다 2014년 유니네트워크를 설립했다. 2018~2019년에는 공기질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공기질 데이터를 제공하면 보상으로 퓨리에버코인을 받고, 이를 마스터카드에 담아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퓨리에버 투자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9년 7월 퓨리에버 전국영업 대표자 출범식을 여는 등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2020년 B회사와 자문계약을 맺고 코인 로고와 백서, 홈페이지 등을 정비했다고 한다. 한 투자자는 “B사 대표 김모(40)씨는 자신을 빗썸 이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퓨리에버도 XESG코인처럼 프라이빗세일을 진행했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 A씨(48), 피의자 유모씨 등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A씨의 홍콩 법인과 투자계약을 맺는 형태로 5억원 어치의 코인을 넘겼고, A씨가 유씨 부부와 함께 투자자들을 모아 이를 판매했다고 한다.

퓨리에버코인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왼쪽)가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유모씨(오른쪽)와 그의 아내 황모씨(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 대표는 "큰 돈을 투자할 사람들이어서 만나서 설명하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퓨리에버코인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왼쪽)가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유모씨(오른쪽)와 그의 아내 황모씨(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 대표는 "큰 돈을 투자할 사람들이어서 만나서 설명하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투자자 “피해자·피의자 모두 이 대표와 밀접”

이 대표는 퓨리에버에 대해서도 자문계약을 맺은 B사가 사업을 주도했고, 자신은 자문료만 지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대표가 A씨, 유씨 부부, B사 대표 김씨와 함께 코인 상장 이전부터 시세를 띄울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인 라토큰에 이어 코인원과 빗썸에 연이어 상장해 시세를 띄우고 당분간 매도하지 않고 유지한다고 약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 A씨가 홍보 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 재단 측과 논의된 적이 없으며, 재단 측에서는 이 사실 또한 추후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투자자는 “이 대표가 A씨와 직접 소통한 메신저 대화도 남아 있다. 처음부터 이 대표와 A씨, 유씨 부부 등이 기획한 사기”라고 재반박했다. A씨와 유씨 부부 등은 투자자들이 퓨리에버 가격 급락 후 항의할 당시에도 “이 대표가 호재거리를 안 줘서 상장이 밀린다”(2021년 2월 25일 A씨 측 인사) “이 대표와 김씨가 둘이 의논해서 시간을 잡는다고 하니까 조금만 있어 봐라”(유씨 아내 황씨)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인 A씨가 2021년 2월 27일 퓨리에버코인 발행사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라며 한 투자자에 보낸 대화방 캡처. 독자 제공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해자인 A씨가 2021년 2월 27일 퓨리에버코인 발행사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라며 한 투자자에 보낸 대화방 캡처. 독자 제공

정치인·정부기관 내세워 홍보…‘반짝’ 시세 곧 폭락

퓨리에버코인 백서에는 다수의 공공단체, 국제기구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내용, 퓨리에버가 참여하는 포럼에 ″환경부, 행정안전부, 현 집권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주요 참석자로 참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퓨리에버 백서 캡처

퓨리에버코인 백서에는 다수의 공공단체, 국제기구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내용, 퓨리에버가 참여하는 포럼에 ″환경부, 행정안전부, 현 집권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주요 참석자로 참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퓨리에버 백서 캡처

퓨리에버는 2020년 11월 코인원에 상장됐다. 상장 전후로 이 대표는 대기업·지방자치단체·국제기구·공공기관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며 관련 사진을 게재하고 백서에 실었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 현역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미세먼지 관련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영상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시세는 상장 이후 한 달 만에 1만354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그래프가 꺾인 시세는 반등 없이 추락했다. 거래소 코인원에서 퓨리에버의 이날 종가는 5.78원이었다.

한 투자자는 “실제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지자체에 연락해보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며 “이런 홍보 방식으로 투자자들이 국가와 연관 있는 유망한 기업이라고 인식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서 유니네트워크에 항의해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퓨리에버 상장 과정에도 불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상장 브로커가 개입해 코인원 임직원에 2000만원대 뒷돈을 줬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 대표 측은 “상장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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