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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항의' 일본 달려간 野, 도쿄전력 직원 얼굴도 못 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국회의원들이 6일 오염수 방출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방문했다. 그러나 일본 국회의원이나 도쿄전력 임원 등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아 건물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친 채 요청서를 읽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위성곤 단장과 양이원영 의원 등이 6일 오전 일본 도쿄 전력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위성곤 단장과 양이원영 의원 등이 6일 오전 일본 도쿄 전력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실

대책단에 소속된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은 이날 오전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해 2박 3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6일에는 도쿄(東京)에서 시민사회 및 원전 안전 전문가 그룹과 면담을 한 뒤 도쿄전력 본사를 찾아 의원단이 준비한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날 오후 3시쯤부터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도쿄전력 본사 건물 앞엔 철문이 쳐지고 경비원들이 그 앞을 지키기 시작했다. "한국 국회의원 방문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묻자 "약속된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오후 4시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이 버스에서 내렸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확인 국회방문단'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철문 앞에 길게 펼쳐 들었다.

위성곤 의원이 낭독한 요청서에서 의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빠르면 7개월, 늦어도 2년 후에는 제주 해역에 유입이 되어 우리 해양 생태계와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도쿄전력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정확한 시점 ▶오염수 발생 및 보관 현황 원자료(raw data) ▶원전 오염수 파악을 위한 샘플링 자료 ▶다핵종제거설비(ALPS) 가동 현황과 처리 전후 원자료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원들이 요청서를 읽는 동안 보좌진이 잠시 밖으로 나온 도쿄전력 직원들에게 일본어로 번역한 요청서를 전달했다. 도쿄전력 직원들은 국회의원들과는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요청서를 건네받은 즉시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특파원단 간담회도 갑자기 취소됐다. 의원들은 30분 정도 도쿄전력 건물 앞에 머물다 바로 전세 버스를 타고 후쿠시마로 향했다. 이들은 7일엔 후쿠시마 원전 일대 등 오염 현장을 살피고, 후쿠시마 지방의원·원전 노동자·피난민 등과 만난다. 그러나 오염수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원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 일대만 둘러볼 예정이다.

"의원들 요구 자료 상당 부분은 이미 공개"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일본 방문은 오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현장을 방문한다는 취지와 달리 정작 원전 현장엔 접근하지 못하고, 카운터파트인 일본 국회의원들과의 면담 역시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원단 측은 "국회의원들과 접촉해봤지만 현재는 일본 지방 선거 기간이라 일정을 잡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우리의 방문 자체가 일본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늘어서 있는 오염수가 담긴 탱크.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늘어서 있는 오염수가 담긴 탱크. AP=연합뉴스

이날 의원들이 도쿄 전력에 요구한 자료에 대해서는 "상당 내용이 이미 공개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원자력전문가는 "오염수 발생 및 보관 현황, 샘플링 상황, ALPS 가동 현황 등은 도쿄전력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이미 포함돼있다"면서 "더 상세한 내용이 필요할 경우 원하는 자료를 보다 구체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4차 보고서에서 일본 당국의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를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IAEA는 지난해 11월 일본을 찾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이번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 후 환경에 대한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방사선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을 다루는 방사선환경경영향평가(REIA)와 관련해선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 등에 사용하는 방법론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도 6일 "우리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 전반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종합 분석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분석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심사·검사 자료, 심사회의 내용, 일본과의 질의·답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도 참여하는 IAEA 모니터링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IAEA는 지난해 봄부터 후쿠시마의 오염수 탱크에서 퍼낸 샘플을 세계 여러 연구소에 보내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4개국 연구소가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분석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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