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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공평하고 역겨운 기소" 여론전…중도층은 등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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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이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비난을 퍼부으며 SNS 여론전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 민주당에선 기소된 트럼프에 중도층이 등을 돌리면서 바이든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민주당은 미국이 이전에 본 적 없는 법체계 무기화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이어 "거의 모든 법률·정치 분석가는 내게 제기된 불공평하고 도덕적으로 역겨운 기소가 아무 쓸모가 없으며 심지어 사건 자체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자신을 옥죄고 있는 수사 당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공화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정신 차릴 때까지 예산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미 우리의 선거를 방해하는 와중에도 악랄하게 권력을 남용해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예산권을 쥔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에 "수사 당국을 압박하라"는 일종의 지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리며 "공화당은 법무부와 FBI에 예산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리며 "공화당은 법무부와 FBI에 예산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하지만 자신이 박해를 당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은 일부 강성 지지층에만 닿을 뿐, 정작 대선의 열쇠가 될 중도층에 어필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CNN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 응답자 60%가 트럼프 기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이번 기소가 "정치적인 수사"나 "탄압·박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보좌관을 지낸 스콧 뮬하우저는 5일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트럼프의 모든 조치는 (진보·보수) 양쪽의 무당층과 온건파를 멀어지게 한다"면서 "이들이 바이든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기소 정국이 바이든에는 '반사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2020년 대선에서 반(反)트럼프 중심으로 뭉쳤듯,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내년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일 경우 '집토끼'인 진보층이 이번에도 결집하리란 기대다. 또 트럼프가 전면에 나선 것이 역효과를 내 공화당이 지거나 고전했던 2018년, 2022년 중간선거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법정에 출두한 소식을 1면에 보도한 2023년 4월 5일 영국 런던의 주요 신문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법정에 출두한 소식을 1면에 보도한 2023년 4월 5일 영국 런던의 주요 신문들. AP=연합뉴스

한편 한때 트럼프와 한배를 탔다가 현재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1·6 의회 난입사태에 대한 법원의 증언 명령에 항소하지 않겠다고 5일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이 증언대에 서게 되면서 그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단독으로 나눈 대화 등이 추가로 공개될 전망이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의회 난입사태와 관련해, 증언하기로 했다고 5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진은 2020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펜스 당시 부통령(오른쪽)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해 연설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를 듣는 모습.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의회 난입사태와 관련해, 증언하기로 했다고 5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진은 2020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펜스 당시 부통령(오른쪽)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해 연설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를 듣는 모습.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의 압박에 대해 증언할 가능성이 크며, 핵심 증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펜스 전 부통령의 관련 증언 시점은 이달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전했다.

미 매체들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시작으로 의회난입 사태, 2020년 조지아주 투표 결과 개입 의혹, 마러라고 자택 기밀 문건 등 트럼프가 연루된 사건이 줄줄이 수사를 기다리고 있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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