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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남살해 피해자-유씨 부부, 코인사건 공범 수사중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 주범 이경우(35·구속)씨의 배후로 지목돼 체포된 유모씨와 부인 황모씨가 피해자 A씨(48)와 함께 퓨리에버 코인 초기 투자자를 모집했다가 유사수신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이들을 고소한 투자자들은 A씨와 유씨 부부가 퓨리에버 코인 유통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2020년 11월 가격이 급락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자 책임을 서로 떠미는 등 사이가 악화했다고 전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홍콩 소재 법인 R사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인 유니네트워크로부터 대량의 코인을 5억원에 사들이는 방식(프라이빗세일)으로 코인을 확보한 뒤 이를 매입할 투자자를 모집했다. 프라이빗세일에는 A씨와 유씨를 포함해 총 5명이 참여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처음부터 유니네트워크 이모 대표와 함께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쉽게 말해 A씨는 퓨리에버 코인의 초기 유통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표는 “A씨와의 계약관계는 코인을 지급하면서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 피의자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 A씨(48)를 폭행하며 차량에 태우고 있다. 경찰은 주범 이경우(35) 뒤에 코인업계 자산가 유모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5일 유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독자 제공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 피의자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 A씨(48)를 폭행하며 차량에 태우고 있다. 경찰은 주범 이경우(35) 뒤에 코인업계 자산가 유모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5일 유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독자 제공

 A씨는 자신이 확보한 코인 중 일부는 직접 팔았고, 또 다른 일부는 코인업계에서 활동하던 유씨 부부에게 넘겨서 판매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들을 모두 유니네트워크 관계자로 생각했다고 한다. A씨로부터 코인을 샀다가 손실을 봤다는 한 투자자는 “A씨가 유니네트워크 임원들과 각별하다고 했다”고 말했고, 유씨 부부로부터 코인을 산 한 투자자는 “유씨 부부가 코인 홍보를 하면서 자기네들이 유니네트워크 마케팅 이사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유니네트워크는 “유씨 부부는 유니네트워크 임직원이 아님에도 마케팅 담당자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본인 몫의 코인을 팔아 개인적인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양측 관계는 유씨 부부가 코인을 팔면서 받은 암호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뗀 뒤, 나머지만 A씨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유니네트워크와의 독점적 계약 관계를 주장한 A씨는 유씨 부부가 자기 몫을 과도하게 챙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퓨리에버코인 백서 내용의 일부.

퓨리에버코인 백서 내용의 일부.

 2020년 11월 13일 코인원에 상장된 퓨리에버 코인은 한 달 만에 1만354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한 달 뒤 1800원으로 급락했고, 2021년 5월엔 100원까지 떨어졌다. 5일 현재 이 코인 가격은 5.7원이다. 코인 가치 폭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A씨와 유씨 부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투자자 중 일부를 만나 유씨 부부가 시세조종(MM·Market Making)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유씨 측은 “우리도 A씨 권유로 1억원어치 암호화폐(이더리움)를 투자했는데, A씨로부터 10원도 받지 못했다”고 반박하며 2021년 초 A씨를 고소했다.

투자자들은 유씨 부부가 묵던 서울 시내 호텔에 찾아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 중에는 이번 납치·살인 사건 주범인 이경우씨도 있었다. 이씨는 초기 투자자인 지인을 통해 거래소에서 퓨리에버 코인에 8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이 사건은 2021년 3월 유씨 부부가 공동감금·강요·공갈 혐의로 투자자들을 고소하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같은 달 유씨 부부는 물론 A씨와 유니네트워크 이 대표까지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했다.

그러자 A씨는 투자자 중 일부에게 “나는 문제가 없으니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줄곧 요구해 왔다고 한다. A씨 측은 지난 4일 중앙일보에 “유씨 부부가 퓨리에버 코인을 주도적으로 시세조종 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고, 이씨도 이들에 투자해 큰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A씨는 이씨에 전혀 금전적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오히려 유씨 부부를 설득해 이씨의 피해 금원을 보전시켜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가 5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강남 납치·살해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코인업계 관계자 부부 중 남편 유모씨(40대)를 체포해 호송한 뒤 철문을 잠그고 있다.  뉴스1

수서경찰서 관계자가 5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강남 납치·살해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코인업계 관계자 부부 중 남편 유모씨(40대)를 체포해 호송한 뒤 철문을 잠그고 있다. 뉴스1

 A씨와 황씨는 이 사건 수사 중 경찰에서 대질조사를 받으면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A씨와 유씨 부부에 대해서만 유사수신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현재까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유씨 부부는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코인 투자 실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조정 결정에도 양측의 조정이 불성립하자 지난달 24일 재판이 재개됐다.

A씨는 이 재판 이후 닷새 만에 이경우 일당에 납치돼 살해당했다. 경찰은 남편인 유씨를 이경우에게 강도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이날 체포했고, 함께 있던 아내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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