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봉투 파문' 김제 지평선축제…시의원 12명은 스페인 연수

중앙일보

입력

김제 지평선축제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2일 김제시 벽골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쌍룡광장에서 연을 날리고 있다. 국내 최대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에서 벼 베기와 소 달구지 타기 등 농경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린다.[뉴스1]

김제 지평선축제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2일 김제시 벽골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쌍룡광장에서 연을 날리고 있다. 국내 최대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에서 벼 베기와 소 달구지 타기 등 농경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린다.[뉴스1]

제전위원장, 시의원 14명에게 700만원 준 혐의 

전북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김제 지평선축제가 '돈 봉투' 파문으로 얼룩졌다. 축제를 주관하는 단체 고위 간부가 김제시의원 전원에게 돈을 돌리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김제시의원들은 최근 스페인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김제경찰서는 5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김제시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제전위) 위원장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제시의회 의장을 지낸 A씨는 지난해 지평선축제 개막식 첫날인 9월 29일 김제시의원 14명에게 현금 50만원씩 총 7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유진우 의원이 지난해 10월 김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회사무국 직원이 50만원을 건넸다"며 "그 돈이 어떻게 의회에 들어왔는지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당시 제전위 측은 "그동안 축제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식권을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으나 올해(2022년)는 위원장이 사비로 시의회 직원을 통해 식권 대신 현금을 전달하려다 일부 의원이 문제를 제기해 모두 돌려받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 김제 지평선축제가 열린 벽골제에서 관광객들이 지평선 마차를 타고 코스모스밭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김제 지평선축제가 열린 벽골제에서 관광객들이 지평선 마차를 타고 코스모스밭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제전위 "식권 대신…논란 일자 돈 회수"

고소·고발이 없자 '입건 전 조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제전위 운영비로 시의원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A씨는 경찰에서 "식비 명목으로 줬을 뿐 뇌물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제전위 측이 매년 시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자 의장 등 김제시의원 12명은 시의회 직원 4명과 함께 4~12일 7박8일 일정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연수를 갔다.

김제시의회 의원 14명 중 12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번 연수엔 민주당 김승일 의원과 무소속 유진우 의원 등 2명만 빠졌다. 김제시의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외 문화 정책 시찰을 통한 창의적·발전적 정책 개발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라며 "시의회 예산으로 갔지만,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29일 제24회 김제 지평선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인 벽골제에서 축제 시작을 알리는 천지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9일 제24회 김제 지평선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인 벽골제에서 축제 시작을 알리는 천지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의회 해외 연수…"정책 개발 목적"

김제시 안팎에선 "돈 봉투 사건은 축제 예산 규모와 예산 삭감·증액 권한을 가진 시의회 영향력을 고려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제시는 1999년부터 매년 가을 벽골제(백제시대 때 축조된 저수지 둑) 일원에서 닷새간 지평선축제를 열고 있다.

김제시에 따르면 지평선축제 예산은 연간 30억원 정도다. 지난해 제전위에 보조 사업비 20억7000만원을 줬고, 이 중 행사 대행업체 1곳에만 8억원가량을 지급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축제 대행사는 절차에 따라 선정하고 프로그램은 매년 별도로 구성하기 때문에 '돈 봉투 사건'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