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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보이며 겁줬다…건설노조 차려 수억원 뜯어낸 진짜 조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장에서 피땀 흘리면서 돈을 버는데, 당신들에게 내가 돈을 줘야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오산의 한 건설현장 책임자)
 “우리가 돈 받은 거 봤어? 녹음해 이 XX야.”(구속된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노조 간부)

인천 지역 기반 현직 조직폭력배들이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에서 건설 관련 노조원으로 활동하며 금품 갈취를 시도할 때 오고 갔다는 말이다.

 현직 조직폭력배가 주도한 건설현장 폭력행위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역 동창 또는 선후배 사이인 조폭 출신 건설노조 간부들은 2020년 9월 노조 최초 설립 이후 최근까지 건설업체 70곳으로부터 5억4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현직 조직폭력배가 주도한 건설현장 폭력행위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역 동창 또는 선후배 사이인 조폭 출신 건설노조 간부들은 2020년 9월 노조 최초 설립 이후 최근까지 건설업체 70곳으로부터 5억4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인천 P파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출신인 경인지역 건설노조의 부본부장 A씨와 J파 출신 법률국장 B씨, 차장 C씨 등 현직 조폭 3명 등 노조 간부 6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조폭 출신 피의자들은 인천의 고교 동창이거나 지역 선후배 사이로 2017년부터 한국노총 건설노조에 있다가 탈퇴한 뒤 신규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 2020년 8월 해당 노조를 결성한 A씨 등은 2021년 9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오산·안양 평촌·용인, 인천 송도 일대 건설현장의 9개 업체로부터 117회에 걸쳐 약 1억2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설현장 정보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동주택, 지식산업센터 등 신축 공사 현장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문신을 보이며 노조원 채용이나 건설기계 사용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드론을 띄워 비산먼지, 안전모 미착용 등 산업안전 문제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고용 등을 트집 잡아 관할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겁을 주고 응하지 않으면 확성기를 틀어 채용을 강요하거나 체불임금을 해소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실제로 건설기계를 투입하거나 노조원이 현장에 투입하지도 않았으면서, 현장소장에 노조 전임비와 복지비를 월 일정금액 지급한다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계좌로 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상대 노조를 정리해주겠다”며 조폭의 전형적인 행태인 보호비를 요구해 갈취했다고 한다. A씨 등의 압박에 실제로 이미 고용한 다른 노조원들이 현장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정재남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정재남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경찰은 해당 노조에 4억2000만원을 입금한 나머지 건설업체 60곳을 상대로 추가 피해 및 자금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A씨 등은 갈취한 금액을 각 직책에 따라 급여 명목으로 최소 200만~600만원을 매월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00만원을 지급한 오산의 한 현장소장은 “내가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맞대응하자 구속된 노조 간부가 심한 욕설을 하는 음성을 녹음해 경찰에 제출했다.

정재남 경기남부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수도권 건설현장에서 다수의 폭력행위 정황이 확인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조폭이 주도한 건설현장 폭력행위가 확인된 만큼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빙자한 건설현장 폭력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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