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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 자도 됩니다" 한 벌 2000만원대 '이건희 수트' 성공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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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양복 재킷을 이렇게 구겨서 둥글게 만들어 베고 자도 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즐겨 입었던 양복, 상위 1% 최고경영자(CEO)들의 양복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키톤의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Antonio De Matteis·59) CEO가 자신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돌돌 말더니 하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담동 소재 키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 키톤 대표(CEO)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키톤

지난달 29일 서울 청담동 소재 키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 키톤 대표(CEO)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키톤

1968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탄생한 키톤은 나폴리 전통 테일러링(맞춤 재단) 기법을 바탕으로 350여 명의 장인이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의류 브랜드다. 국내에 2007년 처음 소개돼 신라호텔·갤러리아 명품관 등에 입점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2층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를 운영하다가 지난달 29일 정식 개장했다. 이날 오픈 행사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드 마테이스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제작 과정부터 고객의 세부 주문이 적용되는 키톤의 맞춤 수트는 한 벌에 1000만~2000만원대 초고가다. 최고급 원단에 장인들의 ‘손맛’이 가미돼 주름이 잘 가지 않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성복만 고집 안 해…골프웨어 준비 중”

서울에 플래그십 매장을 냈다.
한국 진출한 지 16년인데,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리는 매출을 보면서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시장의 성과가 좋다.
사진 키톤

사진 키톤

맞춤 수트만이 아니라 캐주얼 의류나 여성복도 많다.
여성복을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계속 성장해 지난해는 글로벌 키톤 전체 수익 중 여성복이 20%를 차지한다. 궁극적으로는 여성복 수익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남성복도 수트만이 아니라 캐주얼 의류 등 다양한데.  
남성복에서 맞춤 수트의 비중은 약 30%다. 그 외에는 캐주얼 의류부터 스포츠 의류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이것을 ‘라이스프타일 의류’라고 부른다. 키톤은 상위 1%를 위한 수트로 유명하지만, 점차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가려고 한다. 이른 시일 내에 골프웨어도 론칭할 예정이다.  
요즘 남성들은 정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우리 회사 직원들도 정장을 안 입는다(웃음). 과거 비즈니스맨들이 100% 정장을 입었다면, 지금은 20% 수준이다. 나머지는 캐주얼 재킷이나 면바지를 입는다. 이런 시류를 잘 따라가려고 한다. 캐주얼 의류 쪽으로 투자·연구했고, 결과도 좋다.  
정장으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아쉽진 않나?
고집만 부리면 성장할 수 없다(웃음). 다만 요즘 남성 소비자들이 ‘옷에 매우 연연한다’는 점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정장을 입고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저녁 약속도 갔다. 이제는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옷을 바꿔 입는다. 주말에는 골프도 즐기고, 놀러도 가야 하니 또 다른 옷을 입는다. 우리 수트를 입는 사람들이 주말에, 저녁에 입는 옷을 만들려고 한다.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사업의 영역은 변화할 수 있다.  
키톤은 최근 수트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의류, 여성복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키톤

키톤은 최근 수트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의류, 여성복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키톤

“수트 한 벌에 25시간 투자, 지퍼·단추도 직접”

최근 경기 둔화로 명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초고가 시장은 커지고 있다. 소비가 성숙해지면서 정말 ‘퀄리티(품질)’ 있는 제품이 주목받는 것이다. 예전보다 질적으로 높은 삶을 추구하고, 소비하는 제품의 질도 더 까다롭게 따진다. 최근 2~3년간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잠재돼 있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 엔데믹이 본격화하면 예전보다 더 많은 소비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국 시장도 2~3년 후에는 성장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퀄리티’를 어떻게 만드나?
단적으로 수트 한 벌 만드는 데 25시간을 투자한다. 또 모든 의류를 우리 공장에서 만든다. 예를 들어 지퍼·단추도 사 오는 게 아니라, 모두 직영 자회사에서 만든다. 물론 가장 중요한 원단(텍스타일) 공장도 소유하고 있다. 350명의 장인이 정장뿐 아니라 다양한 옷을 책임 생산한다.  
최고급 원단에 장인들의 손바느질로 만들어지는 키톤 수트는 가볍고, 구김이 적으며, 착용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인터뷰 중 재킷을 직접 구기고 돌돌 말아 보여주는 드 마테이스 대표. 사진 키톤

최고급 원단에 장인들의 손바느질로 만들어지는 키톤 수트는 가볍고, 구김이 적으며, 착용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인터뷰 중 재킷을 직접 구기고 돌돌 말아 보여주는 드 마테이스 대표. 사진 키톤

코로나 기간 중 6만㎞ 강행군

키톤은 최근 2년간 매출 60%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키톤은 설립자이자 드 마테이스 CEO의 삼촌인 치로 파오네 가족 소유의 기업이다. 지난해 1억6000만 유로(약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현장 행보’였다. 드 마테이스 CEO는 지난 2020년 초 이탈리아 정부가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자동차를 몰고 전국의 키톤 매장을 찾아다녔다. 정식 매장뿐만 아니라, 키톤을 취급하는 모든 소규모 부티크 200여 군데를 돌았다. 나중에 주행거리를 살펴보니 6만㎞였다고 한다. 그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키톤 매장을 방문했다고.  
키톤을 매입하는 매장도 가고, 과거에 취급하다 이제는 하지 않는 매장도 가봤다. 단독 숍이 아니라 멀티숍까지 모든 소매점주(고객)를 만나고 싶었다. 브랜드에 대한 좋고 나쁜 소리를 가감 없이 들었고, 많은 조언을 사업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대표로서 했던 일 중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2021년 수익금을 모든 장인과 직원에게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 일의 영향인가?
2020년에 매장 문을 닫고 회사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2021년에 기적적으로 매출을 회복하고 나서 고통 분담의 의미로 한 결정이다. 파오네 가족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키톤의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가. 
전 세계에 단독 매장을 내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생산·품질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리테일(유통)’에 보다 중점을 두고자 한다. 여성복과 액세서리·가방·신발 등에 대한 투자 및 연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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