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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카피 제품만 하루 1억어치…K패션, 짝퉁 때문에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숫자 1987과 시그니처 로고로 알려진 ‘엠엠엘지(Mmlg)’ 맨투맨 진품(왼쪽)과 가품. 사진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숫자 1987과 시그니처 로고로 알려진 ‘엠엠엘지(Mmlg)’ 맨투맨 진품(왼쪽)과 가품. 사진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1.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을 올린 패션 브랜드 커버낫은 얼마 전 한 오픈마켓에서 자사 제품의 가품을 발견했다. 원단 질과 박음질 완성도는 떨어졌으나 대표적인 그래픽뿐 아니라 색상, 로고 라벨까지 거의 그대로 베낀 제품이었다. 판매자에게 바로 내용증명으로 판매 중지를 요청하자 해당 오픈마켓에서 상품은 사라졌다. 그러나 얼마 뒤 다른 채널에 같은 가품이 등장했다.

#2. 패션 기업 GBGH는 여성 브랜드 카테고리9을 론칭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가품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동복 도매 상가에서 글자만 바꾸었을 뿐 컬러 배색과 기법이 같은 제품을 여러 소매 업체에 납품하고 있었다. 이 회사 김훈도 대표는 “판매자에게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나 답이 없었다”며 “카피 상품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의식 없이 유통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수출되는 인기 제품도 베껴 

무신사 등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제조·유통사 50여 곳이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벌이면서 모은 디자인 카피·도용 사례들이다. 앞서 이들 50여 개 기업은 디자인 도용과 위조품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활동을 본격화했다. 디자인 도용 제품들이 K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디자인 도용 사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일본 진출 1년 만에 매출 3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가품 유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팔린 가품은 맨투맨 정중앙에 플라워 그래픽을 넣고 ‘마르디’ 브랜드명을 ‘메르시(Merci)’ 또는 ‘파리스(Paris)’로 바꿨다.

숫자 1987과 시그니처 로고로 알려진 ‘엠엠엘지(Mmlg)’ 맨투맨, 최근 1년 사이 5만2000여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끈 핸드백 브랜드 스탠드오일의 ‘오블롱백’도 가품이 발견됐다.

커버낫 티셔츠 진품(왼쪽)과 가품. 사진 커버낫 홈페이지 캡처,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커버낫 티셔츠 진품(왼쪽)과 가품. 사진 커버낫 홈페이지 캡처,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특허청 가품 단속에만 37만여 점 걸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품(상표권 침해 제품)을 단속해 압수한 물품은 37만5583점에 이른다. 2019년 626만9797점에 달했으나 2020년(72만471점), 2021년(7만8061점) 줄어드는 듯하다가 지난해 다시 늘었다. 피해 금액(정품가액 기준)도 지난해 425억원으로 하루 1억원어치 이상이다. 2020년(159억원)에 비해 약 3배가 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특히 패션 업계는 온라인 오픈마켓들이 위조품 유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이용 약관을 보면 ‘회사(네이버)는 판매자회원과 이용회원 간 상품 거래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불공정한 면책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개별 판매업자들이 아마존에서 프랑스 구두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 가품을 판매한 것과 관련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지난해 말 “아마존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개별 판매업자들이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 명성을 보고 구매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오픈마켓이 소극적” vs 네이버 “제재 중”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기업은 억울하다고 반박한다. 네이버는 가품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적·기술적 노력을 하고 있고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통해 강력히 제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로 들어오는 위조 상품 의심 신고 건수도 2018년과 비교해 최근 90%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한 오픈마켓에서 유통된 카테고리9 가품. 사진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한 오픈마켓에서 유통된 카테고리9 가품. 사진 페이크네버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관계자는 “상품 위조 여부를 플랫폼이 임의로 판단하기 어려워 상표권자·브랜드 신고와 증빙 서류가 필수적”이라며 “상표권리자가 가품을 감정해 조치해줘야 하는데 감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 업체와 협력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품 관련 키워드 상품 자동 삭제, 사전 탐지 기술을 바탕으로 이중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패션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옷 한 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들어간 많은 사람의 노력을 의미 없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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