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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르다, 헌재라도 갈 것"…방송법 반격 벼르는 與의 카드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야(巨野)가 양곡관리법에 이어 4월 중 강행 처리를 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반격을 벼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그렇게 좋은 법안이라면서 자신들이 여당일 시절에는 추진하지 않다가 정권을 뺏기자 이제서야 추진하고 있다”며 야당의 방송법 강행 처리 시도를 비판했다. 현행법상 공영방송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민주당의 개정안은 이사회 추천 권한을 국회(5명), 직능단체(6명), 학회(6명) 등으로 분산시켜 대통령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게 목적이다. 친야 성향 직능단체와 학회가 다수인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추천권을 나누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반발해왔다.

민주당은 이같은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법안이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법안 직회부 요구 30일 이내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를 한다’는 국회법 86조4항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은 4월 하순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될 수 있는 구조다. 이미 민주당은 이같은 ‘직회부’ 트랙을 이용해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을 단독 처리했다.

與 법사위 “방송법 직회부 과정의 위법 다툴 것”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정점식 여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정점식 여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법안 처리를 사전에 제동 걸겠다며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양곡관리법과 달리 방송법 개정안을 직회부하는 과정에서 ‘국회법 위반’이 발생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미 여당 법사위원들은 국회법 위반 소지에 대해 자체 법리 검토를 마쳤다. 법사위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송법은 법사위 산하 법안심사 2소위(2 소위)에서 계속 심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지났다는 이유 하나만을 가지고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를 시켰다”며 “국회법상 직회부 요건을 검토한 결과, 방송법 직회부는 절차상 위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을 설득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걸 사전에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가 법률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당 법사위원들이 주목한 것은 ‘이유 없이 심사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조항이다. 이미 “방송법은 60일 넘게 심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이유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는 게 여당측 주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작년 12월 과방위에서 단독 의결한 방송법을 지난 1월 16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한 뒤 “심도 있게 논의하자”며 법안 2 소위로 회부한 상태다. 양곡관리법이 소관 상임위 처리 후 법사위에서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됐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헌재는 이날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에 대한 부분을 인용 결정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헌재는 이날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에 대한 부분을 인용 결정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뉴스1

법사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국회의장 설득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당 내부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며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을 뽑아 들 게 아니라면, 입법 과정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다퉈볼 수 있는데, 이는 지도부의 정무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책위 산하 ‘미디어 특위’ 꾸려 방송법 대개편 박차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 추천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 추천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조만간 자체 방송법 개정안 마련도 착수하기로 했다. 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미디어 특위를 별도로 꾸려 방송법 개정 관련 당정 협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존 국민의힘 ICT 미디어진흥특위는 당정 협의 권한이 없으므로, 정책위에 별도 전문 특위를 꾸려 논의에 속도를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방송법은 지난 5공화국 시대의 낡은 유산”이라며 “개정 논의를 단순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국한하지 않고, 방송법 전부 개정안을 방불케 할 대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방송법 문제에 신경을 바짝 쓰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환경이 야당에 편향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추천하는 안을 민주당이 단독 가결한 것도 강력히 비난했다. 이번에 최 전 의원이 방통위원이 되면서 5명의 상임위원 체제인 방통위 여야 구도는 2(안형환, 김효재) 대 3(한상혁, 김창룡, 김현)에서 1(김효재) 대 4(한상혁, 김창룡, 김현, 최민희)로 바뀐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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