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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학교 앞까지 불기둥 “이러다 마을 다 타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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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틀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홍성 지역에 3일 오후 강한 바람이 불면서 민가 인근으로 불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산림청과 충남도는 헬기 22대와 장비 154대 등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이틀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홍성 지역에 3일 오후 강한 바람이 불면서 민가 인근으로 불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산림청과 충남도는 헬기 22대와 장비 154대 등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이러다가 마을 전체가 다 타겠어요. 바람이 더 강해지면 불길이 마을로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인데….” 3일 오후 3시30분 충남 홍성군 서부초등학교 앞 도로. 마을 주민 50여 명이 확산하는 불길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시뻘건 불기둥이 인근 RPC(미곡처리장)공장 뒤편까지 근접하자 주민들은 “저기가 타면 큰일 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긴급 출동한 대형 소방차 2대가 연신 물을 뿜어대며 저지선을 만들었지만 불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앞서 오후 1시30분쯤 능선을 타고 넘어온 산불이 서부중학교 담벼락까지 닿자 교직원들은 급하게 서류 등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날 학생들은 임시휴교로 등교하지 않았다. 산불 피해 주민들의 임시 거처였던 서부초등학교도 코앞까지 불길이 다가오면서 홍성군은 인근 갈산중·고등학교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홍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오후 서부면 일대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사방으로 번졌다. 산림청과 충남도는 이날 오전 6시10분부터 헬기 22대와 장비 154대, 인력 2946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전 11시 73%였던 진화율이 오후 2시 66%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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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산불 발생 25시간 만에 완진된 서울 인왕산 등산로가 불에 타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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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서부면 소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사는 주민들은 급하게 가재도구를 챙겨 산 아래로 내려왔다. 집이 타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이 대피하고 나서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4시쯤 민가 주변까지 불길이 확산했다. 군(郡) 지정문화재인 양곡사와 내부에 있던 조선 후기 유학자 남당 한원진 선생의 사당도 일부 불에 탔다.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 곳곳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과 들녘은 구분이 되지 않았고, 불에 탄 주택은 뼈대만 남았다. 주민들은 “곡식까지 다 타 먹을 것도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바람이 강해져 진화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며 “주불은 헬기가 잡고, 소방대를 민가에 배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25시간 만인 3일 오후 1시3분쯤 완전 진화됐다. 2일 오후 1시45분쯤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21시간 만인 3일 오전 1시50분쯤 주불이 잡혔다. 대전 산불과 충남 당진 산불은 진화율이 70% 정도지만 강한 바람에다 송전탑 등의 영향으로 진화가 더디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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