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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수금 4000만원 줬다" 강남 살해 윗선? 코인 홍보한 부부 출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에 피해자 A씨와 P코인 손실 관련 사건으로 송사를 벌이던 코인업계 관계자 부부가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사건의 공범이자, 윗선일 수 있다고 보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정하고 계획을 세운 혐의를 받는 이모(35)씨에게 착수금 4000만원을 지급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P코인 홍보 및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던 유모씨와 황모씨 부부를 납치·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위해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3일 구속된 피의자 이씨가 황모(36)씨·연모(30)씨를 통해 피해자 A씨를 납치하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 용의자 이모씨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 용의자 이모씨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씨는 관련 내용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구속된 황씨와 연씨는 추가로 수사 중인 유씨 부부의 개입 사실과 역할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처음에 피해자 A씨 밑에서 일하기도 했던 이씨가 나중엔 A씨와 송사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유씨 부부 편에 서게 됐고, 그들을 대신해 피해자를 납치 및 살인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씨 부부 그리고 이씨와 피해자 A씨는 지난 2021년 3월 주거침입·감금·강요·공갈 등의 형사 사건에 함께 연루됐다. 당시 A씨와 이씨는 유씨 부부가 홍보한 P코인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다른 투자자들과 부부를 찾아가 공갈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유씨 부부는 공갈 사건의 피해자였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알게 된 이씨는 이후 A씨와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또 A씨 회사에서 일을 하며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A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유씨 부부가 코인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일부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고, 두 사람이 재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A씨를 등지고 이들과 더 친밀한 관계가 됐다고 한다.

납치 용의자 2명이 지난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 1명을 폭행하며 차량에 태우고 있다. 독자 제공 영상 캡처

납치 용의자 2명이 지난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 1명을 폭행하며 차량에 태우고 있다. 독자 제공 영상 캡처

경찰은 이렇게 이씨와 유씨 부부가 인연을 맺은 뒤 A씨에 대한 범행을 세 사람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피의자들 중 한명은 “부부가 A씨에 대한 범행을 사실상 지시한 건 맞지만, 직접적으로 살인 등을 지시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이씨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두 사람이 살인 등을 명시적으로 지시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피의자들의 진술처럼 실제 4000만원의 착수금이 입금됐는지, 또 피의자들이 피해자 계좌에서 코인 등의 금품을 가져간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다만 유모씨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이 오간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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