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평해전 故한상국 부인 "尹도 '상사'로 불렀지만 대우는 중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 중 한명인 고(故)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28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남편 이름을 부르는 '롤콜'을 했을 때 가슴이 울컥했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그러나 대통령도 남편을 '상사'라고 불렀음에도 연금은 '중사' 대우로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씨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20년 동안 여러 대통령이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추모했지만, 진심이 느껴진 이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3명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문일답.

서해수호의 날 대통령 '롤콜' 지켜본 김한나씨 #"남편 이름 부를 때 울컥, 군통수권자답다 느껴" #"진심 어린 위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3인 뿐" #"상사 특진한 남편, 연금은 '중사'로 지급돼 문제" #"생존장병들 몸에 파편 그대로..,예우 갖춰주길" #"연평해전, 문 정부 때 교과서 빠져..재수록돼야" #유튜브'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서해수호의 날 행사 어떻게 봤나
 "윤석열 대통령이 전사자와 생존 장병,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셨다. '한상국 상사'라고 남편을 롤컬할 때는 특히 마음이 울컥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안보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군 통수권자가 나온 데 뿌듯하고 감사하다."

-행사에는 불참했다.
  "지난해 행사에 저희 자리가 없었다. 의자에 '천안함 유족'만 적혀있더라.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유족과 생존 장병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서해 수호의 날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폭침 모두를 기리는 행사 아닌가. '우리가 들러리로 온 게 아닌데 왜 자리가 없나'고 주최 측에 항의하니 '죄송하다'고만 하더라. 행사가 올해로 8회째인데 아직도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대통령이 참석하면 엄청 신경을 쓰지만 불참하면 확 달라진다."

-그런 차이를 어떻게 인지했나?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치러진 행사 5번중 2번만 왔다. 주최측은 그때만 우리 (연평해전 유족)에게 자리를 배정하며 신경 쓰는 모양새더라. 서해수호의 날은 천안함 폭침일에 맞춰 정해졌는데 나는 3대 도발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이니 택일한다면 호국의 달인 6월이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인원이 많은 데(천안함)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서해 수호의 날이 정해져, 국가 차원 행사로 치러져 온 것엔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빠짐없이 참석해왔지만 지난해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한 뒤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올해 불참한 거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다른 유족들에게  자리 배치가 어땠나고 물어봤나?
 "알아보니 이번 행사엔 자리 배치가 잘 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 행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해온 생존 장병들을 윤 대통령이 안아 주는 등 배려에 진심이 느껴졌다. 유족들도 그동안 응어리진 게 풀렸다고 하더라. 행사다운 행사였다고 본다"

 -행사의 주빈은 유족과 장병인데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 얼굴만 보이지 않았나
  "맞다. 항상 행사장 뒤편에 앉아 정치인 뒤통수를 바라보며 '이런 행사에 왜 와야 하나'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엔 유족 대표들이 맨 앞에 앉는 등 대우를 받았다고 해 마음이 놓인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20여 초간 눈시울을 붉혔는데
 "처음엔 '쇼 아닐까. 쇼라고 해도 감사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슬퍼한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20년간 대통령 여러 명이 추모하는 모습을 봤는데 진심인 분도 있었고 아닌 분도 있었다. 진심이 와 닿은 이는 단 2명,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었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도 추가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서 눈가를 보면 촉촉한 게 느껴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서해교전'이란 잘못된 명칭을 '연평해전'으로 공식 명명해 제 자리를 찾게 해줬다. 우리 역사상 해상 전투에서 '교전'이란 용어는 없는데 '서해교전'이라 불렀지 않나.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명량 해전처럼 연평 해전으로 용어를 통일해 달라'고 청하자 이 대통령이 그렇게 해주고, 참수리호 모형도 전쟁기념관에 설치해줬다."

-연평해전이 교과서에 수록됐다 빠졌다는데?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연평해전이 교과서에 들어갔고 박근혜 대통령도 교과서에 수록되도록 애를 썼는데, 문재인 정부 때 빠졌다. 단 1개 교과서에만 들어갔는데 그나마 '서해 교전'으로 표기돼 유족들 가슴에 멍이 들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으니 연평해전이 교과서에 다시 들어갔으면 좋겠다."

 -부군이 진급 직전 전사해 대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렇다. 연평해전 때 전사하지 않았다면 다음날 중사로 진급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1계급 특진을 시키면서도 최종 계급을 '하사'로 해 '중사'에 머무르게 했다. 그러다 2015년 연평해전이 영화로 제작돼 많은 국민이 보면서 화제가 된 끝에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남편 계급이 '상사'가 됐다. 당시 국방부는 '당신 남편을 상사로 인정해주면 그 전에 숨진 다른 군인들도 다 격상해 줘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나는 '그분들도 격상해주라. 호국 영령들에게 당연히 해드려야 할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아무 말도 못 하더라. 이후 알아보니 천안함 전사자분들 가운데 승진하시게 돼 있던 분들도 그렇게(남편처럼) 처리됐더라. 또 2019년에 김성찬 의원이 진급 직전 전사한 장병에게 진급된 것으로 처리하는 법을 발의해 통과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도 남편을 '상사'라고 불렀지만, 국방부 연금은 거기에 맞춰 지급되지 않고 있다."

 -무슨 얘기인가
 "남편이 상사로 진급했지만, 국방부 연금은 상사 아닌 중사 계급에 준해 지급되고 있다. 나는 연금을 시부모께 드려와서 몰랐는데 2~3년 전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됐다. 국방부에 문의하니  '공무원 재해보상법 17조 2항에 따르면 연금 지급 기준이 퇴직 전날 계급이기에 중사 연금이 지급되는 것'이라 하더라. 결국 1계급 특진은 쇼에 불과했던 거다. 그때부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 개정을 호소하고, 여야 대표들에게도 건의했지만, 관심이 없더라. 그나마 국민의힘 군 출신 의원들이 법 개정을 발의했지만 통과가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그에게 이 문제가 전달됐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지난해 1월 25일 언론 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은 호국 영령들에게 제대로 예우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래서 '이 분이라면 해 주실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제대로 예우하겠다' 고 말했기에 기대를 해보고 있다."

 -이번에 상이 기장이 천안함 생존 장병 전원에게 수여됐는데
 "연평해전 장병들에겐 내년에 수여한다고 들었다. 두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 우선 연평해전 장병들에게 표창이 수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판례가 없다'는 이유를 대더라. 그런데 해병대 장병들이 싸운 연평도 포격은 해병대와 관련된 판례가 있어 표창을 줄 수 있었다고 하더라. 해병대하고 해군이 무슨 차이가 있나 의문이다. 또 하나는 수당이다. 연평 해전 생존 장병들은 지금도 몸에 파편이 있어 잘못 건드리면 생명이 위태롭기에 수술받을 상황이 생겨도 수술을 못 받고 산다. 팔을 다치거나 손가락이 날아간 장병도 있다. 이들에게 왜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지 국방부에 문의했더니 수당은 6.25 전쟁과 베트남전 생존 장병에게만 지급된다고 하더라. 액수는 60만원 정도로 아는데 연평해전도 엄연히 나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으니 정부가 상징적으로라도 장병들을 존중하는 뜻을 보여줬으면 한다."

 -천안함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평해전 관련해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나
 "엄청나게 많았다. 전쟁의 책임이 우리 측에 있다느니, 패잔병들이라느니 같은 폄하와 음모론으로 유족과 생존 장병들을 고통에 몰아넣었다. 군에게도 섭섭한 게 많았다. 특히 생존 장병들에게 그 배(참수리 357호) 청소를 시켰으니 너무하지 않나.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평해전은 우리 군의 승전이란 거다. 우리는 6명이 전사했지만, 북한군은 30여명이나 전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 한상국 상사는 어떤 분이었나

 "남편 시신이 해전 한 달도 넘은 2002년 8월 10일에야 인양됐는데 제가 만난 남편의 시신은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조타장이었던 남편은 숨진 상태에서도 남쪽으로 향한 방향타를 놓지 않았다고 하더라. '상국아, 네 할 일이 끝났다. 이제 집으로 가자' 고 인양하러 바다에 들어간 동료들이 말해도 방향타를 안 놓더라고 하더라.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평소엔 유쾌하고 농담도 잘하는 성격이었다."

-근황은

 "남편 전사 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들어 연고도 없는 미국으로 가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3년간 지내다 2008년 귀국했다. 돌아와서도 일자리 없이 지냈는데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광주시 공무원 자리를 마련해줬다.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일했는데 '번 아웃'이 심하게 와서 얼마 전 그만뒀다. 그러다 최근 광주시 한 병원에 취직이 됐다. 열심히 일하려 한다."

 ^ 제2 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경 북한의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30분간의 교전 끝에 우리 해군이 승리를 거둔 해전. 북한군이 기습 공격한 해군 참수리 357호에서 한상국 상사 등 6명이 전사했다. '서해교전'이라 불리던 것을 2008년 승전의 의미에서 '제2 연평해전'으로 격상했다.

 (이 인터뷰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