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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소 역이용…“재판 끌면 공화당 대선후보 1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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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의 골프장을 떠나면서 자동차 뒷좌석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맨해튼 법정에 출두한다. [AF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의 골프장을 떠나면서 자동차 뒷좌석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맨해튼 법정에 출두한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후 맨해튼 법정에 출두한다. 판사 앞에 서서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44)에게 ‘성추문 입막음’ 조로 돈을 줬다는 혐의를 통지받고 이에 대해 유무죄 주장을 펴는 기소사실 인부(認否) 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 이동 전 맨해튼 검찰청에서는 지문 채취,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 등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로 미국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기소는 2024년 대선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때까지 재판을 끌고 가는 ‘지연 전략’을 펼 거란 전망이 많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기소와 재판 사이의 절차를 길게 끌고 가면 2024년 대선 캠페인의 한복판으로 밀어넣을 수 있고,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지명에서 1순위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기소 직후 트럼프 지지율은 상승세다. 야후-유고브가 지난달 30~31일 공화당 지지자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52%를 기록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5%),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3%)을 큰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57% 대 31%로 우위를 보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기소를 경선의 ‘정치적 금맥’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8일 공화당 소속 주지사 6명과 상원의원 26명,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의원 63명, 주 검찰총장 10명의 성명을 담은 e메일을 배포하며 ‘단합된 지지’를 선언했다.

또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사법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풀뿌리 기부금 후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소 후 24시간 동안 400만 달러(약 52억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알렸다. 한 벌에 47달러(6만1000원)인 ‘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적힌 티셔츠도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소가 장기적으로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기소가 당내 경선에까지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법리스크에 중도층·무당파가 거부감을 느껴 장기적으로는 트럼프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기소는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할 여러 사법리스크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미 선거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그가 현재 받고 있는 다른 세 가지 수사가 여전히 그를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1·6 국회의사당 폭동 선동 의혹,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변호인 중 일부는 다른 세 건의 사건이 더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러 건의 기소와 동시에 싸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추문 입막음 의혹의 당사자인 스토미 대니얼스는 기소 결정 이후 폭력적인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니얼스는 “처음에는 ‘꽃뱀’ ‘창녀’ ‘매춘부’ ‘거짓말쟁이’ 정도였는데 지금은 ‘죽이겠다’는 훨씬 폭력적인 협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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