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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키즈? 라이벌?…주목받는 이준석·천하람의 미묘한 구도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에 대한 ‘분리포용론’이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제기되면서 이준석(38) 전 대표와 천하람(37)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7일 “천 위원장은 우리 당의 주요 당직자이고 당협위원장”이라며 “당연히 함께 가야지, 거기에 대해 특별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 이 전 대표를 배제하되 천 위원장 등 다른 인물은 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천아용인 측은 “속이 보이는 갈라치기”라며 즉각 선을 그었지만 천 위원장의 체급 상승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저녁 전남 순천의 한 식당에서 지역 정치인·기업인과 만찬을 했을 때도 천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자격으로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천 위원장에게 “잘 지냈지. 수고 많았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2월 26일 당권을 놓고 경쟁하던 김기현(왼쪽) 대표와 천하람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6일 당권을 놓고 경쟁하던 김기현(왼쪽) 대표와 천하람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표와 천 위원장의 정계 입문 시기는 각각 2011년과 2019년으로 정치 경력이 8년이나 차이난다. 정치 선배인 이 전 대표가 천 위원장을 이끌어주는 구도라 일각에선 천 위원장을 ‘이준석 키즈’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는 한 살 터울이다. 두 사람은 모두 동년배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학과를 나와 정치 입문 초기부터 유명세를 탔다. 천 위원장도 고려대 법대를 나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천 위원장은 이미 예전부터 자신이 이 전 대표에게 종속돼 있는 듯한 구도는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3·8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 당초 이 전 대표는 천 위원장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하지만 천 위원장은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뒤 직접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받아 선거를 치르면서도 공공연하게 “이준석을 뛰어 넘겠다”, “이준석과 같은 ‘셀럽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천 위원장은 비록 전당대회서 14.98%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지만, 선거 후 당내에선 천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적잖게 들려왔다. 여권의 중진급 인사는 “천하람은 이준석보다 훌륭한 사람”이라며 “자제할 줄 알기 때문에 충분히 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친윤계 의원도 “천 위원장은 정치적인 영향력도 있고 말도 잘 하더라”며 “왜 굳이 이 전 대표 밑에 있냐”고 말했다. 비록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핵심 친윤으로 분류되는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 당내 청년특별위원회 혹은 호남특별위원회와 같은 특위를 만들고 그 위원장에 천하람 위원장을 발탁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대표도 전당대회를 거치며 위상이 높아진 천 위원장을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내 관계자는 “아무리 천 위원장의 체급이 커졌다 해도 ‘0선의 30대 보수당 대표’로 선출됐던 이 전 대표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천 위원장이 얻은 15%의 표심은 대부분 이준석표 아니냐”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같은 당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이 전 대표, 천 후보, 이 후보.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같은 당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이 전 대표, 천 후보, 이 후보.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청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두 사람의 정치적 파트너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전당대회 이후에도 ‘고공행진’ 블로그를 개설해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3일엔 제주 4·3추념식에 함께 참석한다. 천아용인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두 사람 다 장단점이 뚜렷하고 소신이 강한 성격”이라며 “정치 선후배이자 동등한 경쟁자로서 각자의 정치적 영역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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