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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t 쓰레기산 치우자 “할렐루야”…佛 연금개혁 파업 일부 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들. 환경 미화원들이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해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타스=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들. 환경 미화원들이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해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타스=연합뉴스

프랑스의 연금 개혁안 반대 파업에 파리 도심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쓰레기들이 3주 만에 수거되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최대 노조단체 노동총연맹(CGT)은 전날 “환경 미화원들 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도시 쓰레기 소각장 봉쇄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앞서 파리 시청 소속 미화원을 비롯한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년 62세→64세 인상’을 담은 연금 개혁안 추진에 반발해 이달 초부터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 도심 곳곳에 1만t 규모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 생기면서 악취·위생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CGT의 파업 중단 선언 직후 소셜미디어(SNS)에는 “거리에서 쓰레기 더미가 삽시간에 사라졌다”는 목격담도 올라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파리 5구에 사는 한 거주자는 청소부들이 자신의 집 앞에 쌓여 있던 쓰레기 봉투를 수거해 가는 사진을 올리면서 “할렐루야! 3월 6일 이후로 처음 가져가고 있다”고 올렸다. 아직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 더미 옆에서 영업하는 노천 식당들은 임시방편으로 방수포를 덮어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고 한다.

환경 미화원들의 ‘쓰레기 산’ 파업은 연금 개혁안 시위에서 위력을 새삼 확인했다. 쓰레기더미에 일부 시위대가 불을 붙이며 저항하는 등 화재 위험도 있었다. CGT에 따르면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 하면서 일터로 복귀를 희망하는 미화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CGT는 성명을 통해 “더 강력한 파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화원으로 일해 온 제롬 가샤드는 프랑스 현지매체 BFM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진 건 아니다”며 “재정적인 면에서 이번 파업은 (미화원들에게)아주 값비싼 파업이었다. 일터에 복귀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CGT는 오는 6일 총파업 및 시위를 소집한 상태다.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16일(현지시간) 정부의 연금 개혁안 강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자 소방관들이 이를 진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16일(현지시간) 정부의 연금 개혁안 강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자 소방관들이 이를 진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사회를 두쪽 낸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헌법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29일 성명에서 “다음달 14일 연금 개혁안의 위헌 여부에 관한 평결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16일 정부가 헌법 조항을 발동, 의회를 패싱한 채 통과시킨 연금 개혁안의 위헌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헌법위원회는 야권이 제기한 국민투표 회부 요청에 대한 판단도 할 예정이다. 위헌이 나오거나, 국민 투표 회부 결정이 나오게 되면 에마뉘엘 마크롱(45) 대통령으로서는 또 하나의 정치적 일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다만 “헌법위원회가 법안 전체를 폐기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스24는 29일 북동부의 작은 도시 생토메르에서 한 50대 여성이 페이스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2018~2019년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반정부 시위인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였던 이 여성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이 오물이 TV 연설을 한다고 한다” 등의 저격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 조사를 위해 구금 중으로, 실제 재판에 회부되면 최대 1만 2000유로(약 16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 여성은 지역 신문에 “경찰이 체포하겠다고 왔을 때 ‘농담이냐’고 물었다”며 “정부가 나를 본보기로 삼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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