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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수출 -12%…20대 수출국 중 8곳만 ‘+’, IT보다 굴뚝이 선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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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무역 한파가 이어지면서 주요 수출 대상국 20곳 가운데 8곳만 지난해 대비 ‘수출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들 실적이 버텨준 데엔 수출 주력인 정보기술(IT) 산업보다 ‘굴뚝 산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28일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 관세청의 국가별 수출입 통계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수출액 상위 20개국(지난달 기준)의 40%인 8곳만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늘었다. 헝가리가 1년 전보다 89.9% 급증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폴란드(31.3%), 호주(30%), 튀르키예(15.3%), 네덜란드(12.2%), 캐나다(6.2%), 인도(5%), 미국(4.7%)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나머지 12곳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찍었다. 전년 동기 대비 -53.1%를 기록한 대(對) 홍콩 수출액은 반 토막 났다. 대만(-36.3%), 중국(-27.7%) 등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수요 부진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5대 수출국 중에서 1위(중국), 3위(베트남), 4위(일본)가 역성장하면서 전체 수출액도 1년 전보다 12% 줄었다.

보릿고개에도 선방해준 국가 뒤엔 석유화학·기계·자동차 같은 전통적 수출 품목이 있다. 자원 부국인 호주는 지난해 에너지 대란 속에 원자재 수출이 늘면서 호주 국내 경기 흐름이 훈풍을 탔다. 여기에 석유제품 공장 폐쇄 등의 여파로 석유화학 수입 수요가 늘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산 휘발유·경유 등의 수출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2월 대 호주 석유제품 수출액은 15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넘게 늘었다. 경기와 밀접한 승용차 수출도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튀르키예·인도도 상대적으로 탄탄한 내수 덕에 플라스틱·철강·기계 등의 수출 상승세가 꾸준하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국가의 경기 흐름도 식지 않으면서 한국산 상품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IT 부문만큼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도로 향하는 전기·전자제품 수출은 1년 새 12% 넘게 줄었고, 호주도 같은 기간 23% 가까이 감소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내수가 괜찮은 나라에서 경쟁력이 높았던 굴뚝 제품들로 버티는 게 최근 수출의 특징”이라며 “반면 코로나19 유행 당시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를 보였던 IT 제품 수요는 점차 떨어지고, 단가도 크게 내려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협은 28일 수출 부진 흐름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이 8~9% 감소하고, 무역적자는 최대 4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127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해 13.4%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1분기 수출은 -12.6%, 2분기 -11.9%, 3분기 -10.1% 등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4분기가 돼서야 소폭(0.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수출액은 작년보다 8.7% 감소한 6240억 달러, 수입액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9.1% 줄어든 6650억 달러로 예측됐다.

수출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한파’ 때문이다. 이달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12.8%로 이 비중이 15% 이하로 떨어진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대(對) 중국 교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바뀌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했다. 올해 총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9.8%로 이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1월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39억3300만 달러로 중국이 이달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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