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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탄두 일련번호까지 노출…김정은 “생산 확대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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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28일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에는 일련번호(원 안)가 적혀 있어 해당 무기가 실제 운용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8일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에는 일련번호(원 안)가 적혀 있어 해당 무기가 실제 운용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새로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면서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한 여러 종류의 핵무기를 통합 운용하는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 ‘핵방아쇠’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하면서 한·미에 대한 핵 위협을 끌어올렸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8일 김정은이 전날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핵무기연구소로부터 당이 제시한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라 핵무력 강화를 위한 최근 사업 현황과 생산 실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들은 김정은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한 뒤 “우리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다져나가는 사업에서 만족을 몰라야 하며 핵역량의 끊임없는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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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러처럼 ‘핵가방’ 보유 가능성

북한은 김정은이 새로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점검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벽면에 8종의 투발 수단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그림 패널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북한이 노출시킨 8종의 투발 수단은 최근 도발에 등장했던 600㎜ 초대형 방사포, 무인 수중공격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KN-24, 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다. 이들 모두가 새 전술핵의 운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사진에 전술핵탄두의 일련번호를 노출해 해당 무기들이 실제 운용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소형 핵탄두의 실물과 명칭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공개한 핵탄두는 직경 40~50㎝, 길이 90㎝가량으로 추정된다. 크기만 놓고 보면 북한이 주장해 왔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고 가벼운 탄두를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게 되면 공격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고체연료 엔진일 경우 별도의 발사 준비 과정을 생략하고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고 탐지·요격이 어려운 수단을 통해 한반도 전역에 동시다발적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 공개한 미러볼형(2016년 3월 공개)과 장구형(2017년 9월 공개) 핵탄두의 크기를 줄여 작은 탄두 안에 장착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북한이 탄두 무게를 200㎏ 이하로 줄이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해당 크기와 무게는 북한의 주장처럼 대형 장사정포 등을 통해 발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날 공개한 탄두는 북한이 만들 수 있는 최소 사이즈 내폭형 핵탄두로 폭발력은 최대 20㏏(1㏏은 TNT 1000t 폭발력)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핵방아쇠’로 명명된 핵종합관리체계를 공개했다. 이는 김정은의 명령을 핵 공격 부대에 내려보내 핵전쟁을 수행하도록 하는 지휘통제 체계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러시아처럼 핵 공격 암호 명령을 즉시 확인하고 전달하는 핵가방을 갖췄을 가능성도 있다.

“만포 은하공장, 핵물질 추출용 질산 공급”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당국에 자신들의 전술핵 운용에 대한 신뢰성과 사용 가능성 등을 인식시키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진행되는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지상·공중·수중 등 다양한 장소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다종의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28일에도 핵 무인 수중공격정인 ‘해일’의 모의 폭발 시험 사격과 핵 공중 폭발 타격 방식의 시험 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전날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대해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로 핵 공중 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 시범사격을 진행했다고 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7일 북·중 국경 지역의 중요 핵 개발 지원 시설을 다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부터 가동 중인 만포 은하공장은 영변 핵시설에 플루토늄 등 핵물질 추출에 필요한 질산 등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보고서는 “(이 공장은) 영변 핵시설에 다양한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처로 북한 핵 인프라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설”이라며 “특히 플루토늄-239, 6불화우라늄(UF6) 등을 추출하기 위한 질산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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