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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재단 대표 지키려…시의회, 산하기관 조례 바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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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정 운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정 운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세종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운영 관련 조례안 개정을 놓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시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의회가 통과시킨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출자·출연기관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종시의회가 사무처 직원 실수로 빚어진 ‘조례안 가결’ 사태를 바로 잡지 않고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는 절차상 하자를 밝히기 위해 대법원 제소와 행정소송 등을 검토 중이다.

앞서 세종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장 추천 3명, 시의회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2명을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이사회 추천 2명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지방의회 권한을 늘리겠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리 당 소속 의원이 실수로 법안 찬성 버튼을 눌렀다가 곧바로 정정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은 (시의회) 입법담당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조례안은 상위법인 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출자출연법) 위반 소지가 있고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최 시장은 시장과 시의회, 기관 이사회 추천 각각 3명으로 균등하게 구성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세종시의회는 최민호 시장의 제안을 거부하고 20일 해당 조례안을 세종시로 이송했다. 지방자치법에는 닷새(5일) 안에 최 시장이 조례안을 공포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 세종시의회 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다. 조례는 일반적으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방출자출연법 가운데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사항은 ‘정관 기재사항’이다. 정관에 기재할 사항을 조례에 규정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세종시의 판단이다.

지방출자출연법은 출자·출연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명시했지만, 세종시의회 통과시킨 개정 조례안은 출자·출연기관이 일률적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방 출자·출연 기관 인사·조직 지침’을 제정,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정치권에선 세종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조례 개정에 나선 배경으로 특정 산하기관장 임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례안이 공포되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관이 세종문화재단이다. 현 세종문화재단 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대표로 전임 이춘희 시장 때 임명됐다. 6.1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지난해 2월 연임에 성공한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세종시의회는 재적의원 20명 중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7명이다.

최민호 시장은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유치와 2027년 세계대학경기를 치르기 위해 문화재단을 문화관광재단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조례안을 공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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