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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떼가 몸 휘감고, 머리 위엔 고래상어 노닐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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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태국 코타오의 대표적인 다이브 사이트 ‘춤폰 피너클’에서 만난 전갱이 떼.

태국 코타오의 대표적인 다이브 사이트 ‘춤폰 피너클’에서 만난 전갱이 떼.

코로나가 점령했던 시절, 제일 갑갑했을 사람은 아마 다이버였을 테다. 화려한 산호를 보기 위해, 고래상어나 바다거북을 보기 위해 태평양으로 인도양으로 날아갔던 다이버는 간절히 엔데믹을 기다려왔다.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태국, 필리핀, 사이판 등지로 다이버가 몰려가고 있다. 태국에서는 코타오(Koh tao)가 단연 인기다. 멀긴 해도 ‘월드 클래스’ 다이빙 여행지다운 매력이 그득하다. 이달 9~12일 코타오를 다녀왔다. 여전히 수중 세상은 화려했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친환경 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주민의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의 본산

코타오는 태국 남부 수랏타니 주에 속한 작은 섬이다. 서울시 종로구 면적과 비슷하다(21㎢). 한데 이 섬을 두른 바다는 이웃 섬을 압도한다. 공식 ‘다이브 사이트’만 26개에 달한다. 럭셔리 리조트가 많은 코사무이와 ‘풀 문 파티’로 유명한 코팡안에도 멋진 해변은 많다. 그런데도 차원이 다른 바닷속을 보고 싶어서 굳이 배 타고 코타오까지 건너온다. 26개 다이브 사이트는 수심 10~40m로, 푸른바다거북이나 고래상어 같은 해양생물과 화려한 산호를 볼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전문 업체가 67개에 달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어 ‘월드 클래스’ 다이빙 여행지라 불린다.

반스다이빙 리조트에서 강습을 받는 사람들.

반스다이빙 리조트에서 강습을 받는 사람들.

코타오 방문객은 2018년 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1년엔 6만 명으로 추락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태국인이었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1월과 2월 각 4만 명 이상 방문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는 다이빙 업체 ‘반스다이빙’의 루엑 사장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지금은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 많이 온다”며 “체류 기간이 부쩍 늘었고 다이빙을 안 하는 관광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코코 타이 다이’에서 코코넛 껍질로 염색한 티셔츠.

‘코코 타이 다이’에서 코코넛 껍질로 염색한 티셔츠.

천혜의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방문객의 80%는 깊은 바다에 몸을 담근다. 새로 다이빙에 입문하거나 자격증을 승급하는 사람이 특히 많다. 기자는 2019년 7월 이후 4년 가까이 스쿠버다이빙을 쉬었다. 이렇게 긴 공백은 위험한 듯싶어 서울 잠실 실내수영장에서 ‘리뷰 교육’을 받고 코타오로 날아갔다.

꽃동산처럼 화려한 바닷속

‘춤폰 피너클’ 바다에서 만난 고래상어. 몸길이가 10m는 돼 보였다.

‘춤폰 피너클’ 바다에서 만난 고래상어. 몸길이가 10m는 돼 보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춤폰 피너클’. 타토 해변에서 섬 북서쪽으로 약 40분 이동했다. 바다는 잔잔했고 날씨는 쾌청했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수중사진가 에스페는 “춤폰 피너클은 코타오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라며 “얼마 전 고래상어를 봤는데 오늘도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력조절기의 공기를 빼며 천천히 잠수했다. 수심 20m, 전갱이가 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함께 잠수한 일행 사이로 전갱이 수천, 수만 마리가 토네이도처럼 휘감았다. 잠시 후 강사가 위를 보라며 손을 뻗었다. 머리 위로 고래상어가 지나갔다. 공생관계인 빨판상어 수십 마리를 거느리고 유영하는 모습이 어뢰를 장착한 잠수함 같았다. 어리둥절했다. 30초나 됐을까. 짧았지만 절대 아쉽지 않았다. 저렇게 큰 해양생물을 이렇게 넓은 바다에서 만났으니 기적이 다름없었다. 고래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이날 만난 상어는 길이가 10m는 돼 보였다.

코타오 부속 섬 코낭유안. 섬 3개가 모래사장으로 연결돼 있다.

코타오 부속 섬 코낭유안. 섬 3개가 모래사장으로 연결돼 있다.

이후 ‘코낭유안’ ‘화이트 록’ 사이트도 가봤다. 반스다이빙 조희숙 강사는 “코낭유안은 해저 지형이 독특하고, 화이트 록은 화려한 산호와 컬러풀한 어류가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화이트 록의 바닷속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켰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부터 청줄돔, 매가오리 등 온갖 화려한 열대어가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코타오의 상징 ‘크리스마스트리 웜’도 많았다. 크리스마스트리 웜은 생긴 건 산호나 해초 같지만 사실은 갯지렁이과 생물이다. 억지로 만들기도 어색할 정도로 진한 노랑·파랑·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산호와 열대어, 크리스마스트리 웜이 어우러진 바다는 봄날의 꽃동산을 옮겨 놓은 듯 눈부셨다. 수온은 28도, 수중 시야는 18m. 정말 봄처럼 따스하고 환한 수중 세상이었다.

포세이돈 리조트에서 먹은 고등어 커리와 튀김, 파파야볶음.

포세이돈 리조트에서 먹은 고등어 커리와 튀김, 파파야볶음.

☞여행정보=태국 코타오를 가려면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 ‘방콕에어’를 타고 간 뒤 페리를 타거나 춤폰, 수랏타니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코사무이~코타오 페리는 1시간 40분 소요. 스쿠버다이빙 요금은 업체마다 다르다. ‘반스다이빙’은 펀 다이빙 1회 1000밧(약 3만8000원), 다이빙 입문 코스인 ‘오픈 워터’는 1만1000밧(약 42만원). 코타오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관광도 체험할 수 있다. 입던 옷을 가져가 코코넛 껍질 우린 물로 염색하는 ‘코코 타이 다이’가 대표적이다. 섬 동쪽 ‘반 탈라이 리조트’에서는 해변에 버려진 유리로 액세서리를 만들어볼 수 있다. ‘포세이돈 리조트’는 직접 기른 채소와 어부에게 받아온 해산물로 요리한 ‘제로 푸드 웨이스트’ 메뉴를 선보인다. 남은 음식은 퇴비로 재활용한다. 자세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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