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끝난다 기대감"…원화값 30원 급등, 코스피도 상승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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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52p(0.31%) 상승한 2,424.4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p(0.15%) 하락한 812.19를 원·달러 환율은 29.40원 하락한 1,278.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3.3.23/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52p(0.31%) 상승한 2,424.4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p(0.15%) 하락한 812.19를 원·달러 환율은 29.40원 하락한 1,278.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3.3.23/뉴스1

미국 기준금리 연 5%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3일 달러당 원화값은 30원 가까이 급등했고, 코스피는 0.31%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긴축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면서다. 그럼에도 고금리와의 동거에 미국발 경기침체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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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31% 오른 2424.48에 장을 마쳤지만 하루 종일 등락을 거듭했다.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해석에 따라 오락가락한 것이다.

출발은 불안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 밀린 2398.27로 거래를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없다”고 밝힌 여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시스템 위기로 간주할 때 예금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꾼 점도 투자자의 불안 심리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오후 들어 Fed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 단계라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달러 약세에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린 이유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2149억원)과 외국인(2130억원)은 4279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4124억원어치를 팔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1973년=100)는 23일 오후 4시 40분 기준 101.94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가 101선으로 밀린 건 지난달 23일(종가 101.75) 이후 처음이다.

달러 몸값이 떨어지자 원화값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29.4원 급등(환율 하락)한 달러당 12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 상승 폭도 눈에 띈다. 오름폭은 지난해 11월 11일(59.1원) 이후 가장 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희비가 엇갈렸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1.96%)를 비롯해 삼성SDI(1.91%), SK하이닉스(1.84%), LG화학(1.28%) 등은 올랐고, 네이버(-1.45%)와 삼성바이오로직스(-1.48%)는 1% 이상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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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은 줄였지만 미국이 긴축을 이어갔음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움츠러들지 않았던 건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컸다.

22일(현지시간) FOMC에서 Fed는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택했다. 올해 최종 금리 전망치(점도표)를 지난해 12월과 같은 연 5.1%(5~5.25%의 중간값)로 유지했다. 현재 금리와의 격차는 0.25%포인트다. 올해 한 번 더 금리 인상을 한 뒤 동결할 수 있다는 시장 전문가의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은 눈앞의 금리 인상보다 5월 미국 긴축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선반영했다”며 “특히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풀리며 달러 약세로 돌아선 게 긴축 종료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연 5%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발 경기침체가 빨라질 수 있다는 ‘R(Recession)의 공포'도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연 5% 선에 진입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본격적인 고금리와의 동거에 따른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지역은행이 파산한 배경으로 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꼽히는 이유다.

그동안 ’은행권 위기‘ 소방수를 자처했던 옐런 장관이 한발 물러선 점도 'R의 공포'를 키우는 불씨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루 전 은행들의 모든 예금에 대한 보장 가능성을 내비쳤던 옐런이 말을 바꾸자 시장은 다시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가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예금자 보호 같은 신속한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뱅크런 촉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가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경우) 고금리와 SVB 파산 사태에 따른 여진은 물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미국 금융시장에 반영되면 국내 증시도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 특성상 미국의 은행권 경영 환경이 악화할 우려에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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