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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검수완박 헌소' 각하…"표결권 침해했지만, 법효력 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시행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고 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 청구는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위장탈당 위헌적, 법 자체는 유효”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뉴스1.

이날 검수완박법 입법절차가 최종적으로 정당했다고 본 재판관 5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이른바 ‘회기 쪼개기’ 논란에 대해 “헌법과 국회법엔 회기의 하한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며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돼 무제한 토론이 종결되었으므로 무제한 토론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이 검수완박법 입법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하자, 지난해 4월27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은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회기 종료일을 당일 자정으로 끝내는 내용의 회기 결정의 건을 투표에 부쳤고 통과됐다. 통상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안건은 즉시 표결에 부쳐지게 되는 점을 노린 조치였다.

헌재는 다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과 관련해선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권한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구를 인용한 재판관 5명(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용진·이미선)은 “피청구인인 법사위원장이 회의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었다”며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회법뿐만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하는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헌법 제49조)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날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그러나 “(심의·표결권 침해의) 정도가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돼 국회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무효확인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소추권 조정·배분, 국회 입법사항”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뉴스1.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뉴스1.

이날 헌재는 법무부와 검사 6명이 낸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이 사건 법률(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골자”라며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봤다.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선“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사의 수사권이나 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 법률상 권한이어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권한이 있는 국회의 입법행위로는 침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수사권과 소추권이 당연히 함께 간다는 논리다. ‘각하’로 판단한 재판관들은 수사권과 소추권 배분은 입법 사항이고,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반면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수사권 없이는 제대로 된 소추권 행사가 안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

검찰의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 등)로 제한하는 등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재판관 4명(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은 “이 사건 법률개정 행위의 내용은 검사의 수사권·소추권 행사의 범위를 제한할 뿐 아니라, 일정한 범죄 영역에 관해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검사들 사이에 직무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수사권과 소추권의 일반적인 행사 기준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한다”고 해석했다.

이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앞에서 “법사위와 국회의장 손을 들어준 5명(의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민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편파적 인사들”이라며 “법치주의보다 편향적 시각에 따라 결정했기에 결국 의회 독재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여러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무효로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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