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15년새 반토막…그래도 VIB 시장은 쑥쑥 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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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연 럭셔리 유·아동 브랜드 ‘아뜰리에슈’ 팝업 매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연 럭셔리 유·아동 브랜드 ‘아뜰리에슈’ 팝업 매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매달 15일 오전 9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있는 유명 중식당 팔선의 전화통에는 불이 난다. 석 달 뒤 돌잔치 예약을 하기 위해서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조부모·이모·삼촌까지 동원돼 전화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팔선 돌잔치 예약에 성공하면 ‘팔선고시에 합격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불과 15분 안에 한 달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도 자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었지만 자녀·손자·조카에게 지갑 열기를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족’이 늘어나면서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만3179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0%(1486명) 줄었고, 15년 전인 2008년 1월(4만6747명)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아이 한 명이라도 잘 키우자’는 트렌드가 확산하며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신장세가 가파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2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유·아동 카테고리 객단가(회당 평균 구매금액)는 14만원으로 지난해 2월 11만3000원에서 23.9% 증가했다. 2021년 2월 10만1000원에서 꾸준히 늘었다. 설문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식료품 객단가가 3만~5만원선인 걸 고려하면, 유·아동 용품에는 그 세 배쯤을 결제했다는 뜻이다. 백화점에선 명품 키즈 의류, 대당 100만원이 넘는 유모차도 잘 팔린다.

김현성 SSG닷컴 라이프스타일3담당은 “불황 속에서도 아이에게 지갑 열기를 아끼지 않는 부모 등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이 관련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식당도 수혜를 입고 있다. 식사와 돌상·한복 대여, 사진 촬영까지 하면 많게는 1000만원이 넘게 들지만, 한 번뿐인 자녀의 돌잔치를 고급스럽게 해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비스타 워커힐 서울 명월관과 반얀트리 서울 페스타 바이 민구,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등 인기 식당도 오픈하면 순식간에 예약이 완료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조선 팰리스의 더 그레이트 홍연 중식당은 예약 오픈과 동시에 약 1만 통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돌준맘’(돌잔치를 준비하는 부모) 김모(35)씨는 “이달 1일 호텔 식당에 전화를 100통가량 했지만 연결이 안 됐다. 나중에 통화를 해보니 ‘8월 예약은 다 찼다’는 답을 들었다”며 “코로나19로 돌잔치를 못했던 아이의 두 돌, 세 돌잔치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더라”고 전했다.

불황 속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백화점 업계는 아동 상품군을 확대하고 나섰다. 명품 매출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키즈 명품은 얘기가 다르다. 올해 들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 22.5%, 29.3%였다. 명품 매출 신장률의 5~6배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강남점에 프랑스 럭셔리 유·아동 브랜드 ‘아뜰리에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판교점에 ‘톰브라운 키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 압구정본점에 ‘베이비 디올’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강동구 현대백화점 아동 바이어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으로 아동 상품군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관련 브랜드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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