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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포스트 코로나 대비, 비대면 진료 입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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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팬데믹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닥터나우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들이 출시됐다. 왼쪽부터 올라케어, 굿닥, 메디르. 각자 다른 서비스 특징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으는 중이다. [각 사]

팬데믹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닥터나우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들이 출시됐다. 왼쪽부터 올라케어, 굿닥, 메디르. 각자 다른 서비스 특징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으는 중이다. [각 사]

코로나 안정화되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더 못 해

초·재진 논란은 3년간 통계 참고해 균형 잡아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엊그제부터 사라졌다.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인 마스크 의무화가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020년 2월부터 감염병이 심각 단계 이상일 때는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이 허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월 말이나 5월 초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면 우리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 단계를 하향해야 하고, 그러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코로나19 덕분에 지난 3년간 우리 국민은 비대면 진료의 장점을 충분히 경험했다. 국민 4명 중 한 명꼴인 1379만 명이 음성·화상전화나 모바일 앱으로 3661만 건의 진료를 받았다. 코로나 재택치료(2925만 건)가 많았지만 일반질환(736만 건) 치료도 꽤 됐다. 비대면 일반질환 진료의 81.5%(600만 건)가 재진이었다.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전체 의료기관 7만2000곳 중 35.6%가 참여했고 이들 대부분(93.6%)은 의원급이었다. 의사 단체가 걱정했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없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난해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경험자의 62.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읍·면 지역 거주자의 만족도(65.1%)가 특히 높았다.

보건복지부도 병원 안에서만 진료하도록 규정한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섬·벽지 지역 주민과 만성질환자, 감염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끝나도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미리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3개 법안은 모두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한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자를 비대면 진료의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초진 환자를 제외한다면 비대면 진료 산업을 고사시키는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은 초진 환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국민 안전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을 높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도 키워가는 균형 잡힌 선택을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업계가 지난 3년간의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길 기대한다.